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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버디&보기] 미국LPGA투어의 '엉성한' 연장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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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연장 다섯 번째 홀 갈 때까지 핀 위치 '그대로'
선수가 장해물 구제받기 위해 두리번거려도 경기위원은 한참 후에 현장에 나타나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시즌GC(파71)에서 벌어진 미국LPGA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20만달러) 연장전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박인비, 하타오카 나사(일본), 가비 로페즈(멕시코)는 4라운드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1위를 한 후 줄곧 18번홀(길이 197야드)에서 연장전을 벌였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박인비가 티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바람에 탈락하고, 하타오카와 로페즈는 연장 다섯 번째 홀까지 파행진을 벌였다. 일몰 시간이 다가오자 경기위원은 두 선수를 불러 연장 여섯 번째 홀 이후 경기를 다음날(월요일) 오전에 재개하기로 하고 일단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미국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플레이하는 박희영. 경기위원이 바짝 따라붙었다. 19일 열린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서든데스 연장전에서는 다섯 번째 홀 경기가 이어지도록 핀 위치는 바뀌지 않았고, 정작 필요할 때 경기위원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정진직]

 

우승자를 가리는 것만 남았기 때문에 두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월요일에 나올 필요는 없다. 둘 중 챔피언이 결정되면, 진 선수는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하게 된다.

월요일에 대회가 끝나게 된 것도 그럴진대, 이날 연장전은 미국LPGA투어 경기위원회의 준비되지 않은 진행 탓에 재미도, 긴박감도 없었다. 18번홀은 선수들이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잡을 만큼 전장이 길거니와 그린 왼편은 페널티구역이어서 까다로운 곳이다. 볼이 조금이라도 왼편으로 가면 페널티구역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다. 더욱 4라운드 때 홀(핀) 위치는 그린 왼쪽에 정해졌다.

스코어를 보면 이 홀의 난도(難度)를 알 수 있다. 출전자 26명 가운데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선수는 나흘동안 5명에 불과했다. 1,3라운드에서는 아무도 버디를 잡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는 4명이, 4라운드에서는 단 1명이 버디를 기록했다.

똑같은 홀에서 서든데스로 펼치는 연장전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경기위원회에서는 보통 연장 세 번째 홀 직전에 핀 위치를 바꾼다. 4라운드부터 세 번 연속 같은 홀에서 플레이를 했는데도 우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변화를 주어 승부를 빨리 끝내려는 의도도 있고 선수와 갤러리들에게 긴박감을 안기려는 뜻도 있다. 물론 스트로크플레이의 연장전은 새로운 라운드이므로, 매 홀 핀 위치를 바꾸는 것이 정상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연장 승부가 길어져 일몰이 다가오면 핀 위치를 쉬운 데로 이동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버디 기회가 있을 것이고 연장전이 끝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날 투어 경기위원회는 일몰을 걱정할지언정, 핀 위치 변경에 대해서는 무감각해보였다. 연장 세 번째 홀 정도에서 핀 위치를 좀 쉬운 곳(예컨대 그린 오른쪽이나 앞쪽)에 설정했다면, 굳이 월요일에 다시 연장전을 재개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기위원회에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핀 위치를 그대로 두고 연장전을 이어나갔다. 박인비가 탈락한 연장 세 번째 홀은 물론, 연장 다섯 번째 홀까지도 핀 위치는 4라운드 때 설정한 그대로였다. 선수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티잉구역과 퍼팅그린을 왕래했고, 갤러리들은 무미건조하게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일본골프투어(JGTO) 시즌 마지막 대회 닛폰시리즈 JT컵에서는 연장 세 번째홀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당시 경기위원회는 연장 세 번째 홀 직전에 핀 위치를 변경했다. 2016년 9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도 연장 세 번째 홀 경기에 앞서 핀 위치를 변경했고, 경기는 바로 끝났다.

미국LPGA투어는 미국PGA투어에 비해 상금 규모가 턱없이 작다. 그래서 선수나 커미셔너 등 관계자들은 "왜 여자골프가 남자골프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며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이날 연장전 진행 방식을 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 첫 홀에서 로페즈의 볼이 그린을 넘어 갤러리 스탠드 앞에 멈췄다. 스탠드는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로, 특별한 구제가 허용된다. 로페즈가 구제를 받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경기위원은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 챔피언을 가리자고 연장전을 벌이고 있는 판에 주위에 경기위원이 없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러고도 플레이 속도를 높이겠다고 할 수 있을까.

유러피언투어는 지난주 대회부터 슬로 플레이에 대한 자체 제재 규정을 적용했고, 미국PGA투어는 4월 중순부터 슬로 플레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LPGA투어만 오불관언인 듯하다.

선수가 경기위원을 찾으면 지체없이 경기위원이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 추세이자 순리다.

2016년 10월 스카이72GC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일이다. 최운정이 18번홀(파5)에서 친 세 번째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졌다. 최운정이 드롭 장소를 정하기 위해 경기위원을 찾았으나 무려 15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그 조는 물론 뒷 조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고, 이를 지켜보는 갤러리들도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LPGA투어가 미국PGA투어의 절반 쯤에라도 쫓아가려면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듯하다. ksmk754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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