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며 무역전쟁이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 대선까지는 불안한 휴전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4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대중 관세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 합의 진전이 빠르게 이뤄져야 2단계 무역합의에서 관세 부과 철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또한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추가 관세 인하는 앞으로 최소 10개월 간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후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도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대중 관세는 2020년 대선기간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1단계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상품 수입을 2000억달러 가량 확대하고, 미국이 이에 대한 대가로 당초 계획했던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일부를 낮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5일 부과하기로 했던 16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고, 12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25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는 25%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37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및 7.5%의 관세가 계속 부과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모든 관세 철폐를 요구한 데서 못 미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중국은 1단계 합의문에 일단 서명하고 남아 있는 관세 철회를 목표로 2단계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지만,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미국은 이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향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폴리티코는 14일 중국이 향후 2년 간 △공산품 750억달러 △에너지 500억달러 △농산물 400억달러 △서비스 350~400억달러 등 2000억달러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약속한 2000억달러 수입 확대도 현실성이 없어, 결국 1단계 합의에 포함된 스냅백이 발동되면서 미중 양국의 갈등이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1단계 합의에는 중국이 합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재개할 수 있는 스냅백 조항을 중심으로 하는 '이행 강제 메커니즘'이 포함됐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90일 이내 중국에 철회했던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없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스 사무국장은 CNBC에 "중국이 2000억달러 상품을 수입하려면 미국 농산물과 기계, 특히 항공기와 에너지를 '미친 듯이'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제품의 경우 관세를 낮춰 수입량을 두 배 이상 늘리거나 다른 공급원으로부터의 구입을 아예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엘름스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최소 11월 미국 대선까지 1단계 합의가 무산될 위기가 상당히 높다"고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당초 합의한 수입 규모도 지키지 않는다면 보복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무시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양국은 다시 현재 상태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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