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재 등록정당 34개, 창당준비위도 16개 달해
한국당 "의석 하나라도 얻으려 군소정당 난립할 것"
전문가들 "비례한국당·민주당 창당 따라 달라질 듯"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본회의장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면서다.
앞서 문 의장은 이날 오후 9시 40분께 민주당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친 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을 4번째로 바꿔 본회의에 상정했다.
4+1 협의체가 의견을 모은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쟁점이 됐던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이미 50여개에 달하는 정당 숫자가 필연적으로 10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은 비례 의석 수를 확보하기 위해 '비례한국당' 창당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이른바 '정당 내 정당', '위성정당'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는 훈수도 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자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12.24 leehs@newspim.com |
◆ 한국당의 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되면 군소정당 난립할 수도"
한국당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군소정당이 난립할 위험성이 상당하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등록된 정당 수는 34개, 창당준비위원회는 16개로 총선에서 적어도 50개 정당이 등장하게 된다.
한국당은 이보다 많은 정당이 생겨나 100개가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되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노리는 비례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고 질타했다.
황 대표는 이어 "총선 전까지 100개 정당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투표용지에서 100개 정당이 선거를 하게 되면 도대체 공정하고 제대로 된 투표가 되겠나. 정당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분별하기도 힘든 정당들이 마구 나올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실제로 한국당부터 움직이고 있다. 본회의 회기 종료와 함께 선거법은 표결을 거치게 되는데 정족수를 따질 때, 선거법은 통과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안이 사라진 상태에서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4일 오전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시작하려 하고 있는데, 선거법이 통과되고 나면 한국당은 곧바로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정당'을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비례한국당'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비례한국당의 창당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니 한국당과 뜻을 같이 할 수 있다면, 한국당에서 만들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정당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분들이 우리와 함께할 의사가 없다면 한국당이 독자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비례대표 민주당'을 고려중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비례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만일 지지도가 30%면 비례대표 의석도 그 만큼만 가져오는 것인데,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서 지지도를 또 받으면 총 60%의 지지도를 받게 된다"며 "30%를 주면 60%를 갖고 오도록 (선거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안만들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이 개정돼 한국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21대 국회를 위한 '1회용 선거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오신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주축으로 열린 '변화와 혁신(변혁)'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08 alwaysame@newspim.com |
◆ 전문가 "군소정당 난립은 안 할 것…그러나 연동형 비례제 1회용 선거법 될수도"
전문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더라도 민주당과 한국당이라는 거대양당이 있는 이상, 군소정당이 난립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1회용 선거법'으로 전락하는 것 뿐 아니라 도리어 4+1 협의체만 욕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민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제까지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이 처리된 전례는 없다"며 "민주당과 한국당 같이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게 되면, 사실상 모든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있어서 애초에 선거법 개정을 왜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정의당이 애초에 선거법에 열을 올린 것은 지난 총선에서 약 7% 가량 지지율을 받았는데 300석을 기준으로 7%면 24석을 가져가야 하지만, 6석 밖에 가져가지 못해 정당득표율 만큼 가져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며 "그런데 비례민주당이나 한국당이 창당되면 그마저도 가져가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정당'이라는 속성 탓이다. 지역구가 없기 때문에, 정당득표율 퍼센트가 그대로 의석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비례한국당이 20%를 가져간다면 300석 기준에서 60석을 차지하게 되고 그 중 50%의 연동율을 감안하면 30석을 가져가게 된다. 비례대표 47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숫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민주당이 가장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은 합의까지 해놓고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에서 현행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갈 수도 있어서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말대로라면 양당제에서 벗어나 다당제로 가기 위한 시도로 진행된 선거법 개정안이 오히려 양당제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거꾸로 가는 선거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6개 창당준비위원회는 자유민주당·부정부패척결당·한민족사명당·기본소득당·통일한국당·핵나라당·평화통일당·비례한국당·국민의힘·정민당·소상공인당·자유당·대안신당·미래를향한전진4.0·새로운보수당·국민소리당이다.
하지만 각 창당준비위원회가 정당으로 등록을 마친 이후에도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얻을 수 있을지는 사실상 비례한국당·비례민주당 창당에 달려있다. 소수정당이 아무리 당을 만들어도 정당득표율에서 3%에 미치지 못하면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당에서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을 한 상태인 만큼, 이후 선택은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주축이 된 정당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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