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이달 말 인천공항 T1 면세점 특허권 입찰 공고
롯데·신라 '빅2', 사수 또는 탈환 위해 입찰에 적극 참여할 듯
'후박주자' 현대백화점, 바잉파워 위해 과감한 베팅 가능성 무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인천국제공항의 출국장 면세사업권 입찰을 놓고 대기업 면세업체들의 '베팅(betting)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진행한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 때와 달리 이번 인천공항 입찰을 두고 업체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전세계 면세점 매출 1위를 기록한 데다 이번 입찰 대상 구역은 연매출 1조원 이상이 보장된 자리다.
때문에 롯데·신라·신세계 '빅3'에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까지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만큼 이번 입찰에 공격적으로 베팅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 경쟁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내년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이달 말 발표한다.
입찰 대상 구역은 대기업 몫 5곳, 중소기업 몫 3곳이다. 대기업이 입찰할 구역은 ▲DF2 화장품·향수(신라) ▲DF3 주류·담배(롯데) ▲DF4 주류·담배(신라) ▲DF6 패션·잡화(신라) ▲DF7 패션·잡화(신세계) 5곳이다. 중소기업 구역은 ▲DF9 전품목(SM) ▲DF10 전품목(시티플러스) ▲DF12 주류·담배(엔타스듀티프리) 구역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규모가 커 '반드시 사수해야 할' 사업장으로 꼽힌다. 지난달 진행된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참여해 흥행에 실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연매출 2조6000억원으로, 전세계 면세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대기업 5개 구역은 매출이 높은 화장품·향수 구역이 포함돼 있어 연매출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임대 기간이 기존 5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어난 점도 인천공항 면세점의 이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T1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출국장 진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천공항공사가 입찰 구역을 어떻게 구성해 발주할지가 이번 입찰 흥행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인기 구역인 화장품·향수 구역과 비인기 구역을 병합해 발주하면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이달 초나 중순쯤으로 예상했지만 연말까지 미뤄지고 있기 때문.
국내 면세점 사업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로고. |
롯데·신라 '빅2'는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화장품·향수 구역을 놓고 롯데면세점과 격렬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매물로 나온 3개 구역 모두 수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계적인 화장품·향수 면세사업자'라는 점을 앞세워 인천공항 'DF2' 특허권은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뿐 아니라 싱가포르 창이공항·홍콩 첵랍콕공항 등 아시아 3대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신라면세점의 화장품·향수 구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7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특허권을 부분 반납한 롯데면세점은 점유율과 매출 방어 차원에서라도 공격적인 베팅을 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롯데면세점은 사업권 반납 이후 한때 50%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38%까지 급감했다. 또 호텔 상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면세점의 점유율 상승은 필요한 부분이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도 지난 10월 15일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창립 3주년 포럼'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이) 내년 8월 끝나는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이번 입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신라와 달리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자진 반납한 2개 사업권을 따내 현재 3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다른 면세점 구역 입찰에 참여할지, 사업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할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최근 두타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2개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바잉파워(buying power)를 키워야 하므로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면세점은 점포 수·유명 브랜드 유치 등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지난해 면세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발주자인 만큼 바잉파워 측면에서 '빅3'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현재까지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3대 브랜드 유치도 못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과감한 베팅'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이 빠르게 '빅3'에 안착한 점도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시내면세점 2곳, 인천공항 3곳으로 점포를 늘려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이 601억원에 달하는 데다 두타면세점 운영에 드는 초기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인천공항 출국장까지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아직 공고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참여 여부를 말씀드릴 수 없다"며 "공고가 나오면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이번 인천공항 입찰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천공항 입찰의 흥행은 보장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입찰 구역 매출이 1조원이 넘고 임대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특허권을 따내지 못하면 10년 동안 출국장 진입 기회가 없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