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에서 기록적인 규모의 자본이 해외로 유출, 정책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게와 기업의 자금 해외 이전이 합법적인 금융 거래가 아닌 불법 통로로 이뤄지면서 감독 당국의 발빠른 단속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무역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중국 경제를 강타한 데다 통화당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용인이 자본 유출을 부추겼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과 2단계 무역 협상 과정에 마찰이 발생하면서 불안한 투자자와 기업인들의 자금 빼돌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본 유출은 74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10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문제는 법망을 피한 불법 창구를 통한 자금 유출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상반기 '뒷문'을 통한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131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자금 썰물이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IIF의 판단이다. 최근까지 미국과 무역 합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았고, 이른바 '포치(달러당 7위안)'를 뚫은 위안화의 약세도 지속됐기 때문.
정책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중국외환관리국(SAFE)이 내년 최대 과제로 비정상적인 자본 유출을 차단,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제거하는 일을 제시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감독 당국이 경고의 목소리를 크게 높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SAFE는 자본 유출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차이나뱅크 페이먼트에 해외 자금 이전을 이유로 42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에 해당한다.
감독 당국은 업체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금 규모를 감안할 때 상당한 금액이 이탈했다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린다.
중국 억만장자 리처드 류가 이끄는 JD닷컴의 온라인 결제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외부 유통업자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허술한 공급망이 자금 유출 통로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중국은행의 한 개인 고객이 1주일 사이 계좌에서 5만달러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적발됐고, 은행은 6000달러의 벌금을 냈다.
나틱시스 은행의 알리샤 그라시아 헤레로 이코노미스트는 "감독 당국이 자금 유출을 적발, 단속하는 데 혈안"이라며 "비교적 작은 금액의 해외 이전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금 이탈은 경제 성장률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6.0% 선에 턱걸이하며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고, 1단계 무역 합의에도 내년 성장률이 6% 선에 그칠 전망이다.
위안화 약세도 자본 유출을 부추겼다. 업계에 따르면 위안화는 지난해 미중 무역 전면전이 벌어진 이후 달러화에 대해 12% 폭락했다.
위안화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외화 매입과 자금 해외 이전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레로 이코노미스트는 1단계 무역 합의에도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대한 압박이 모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