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중요' 응답 44.2%…'일이 우선' 첫 추월
근로자 연 1967시간 일해…OECD 평균 웃돌아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지난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일이 우선'인 사람을 넘어섰다. 그러나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9년 일·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19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해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여긴다'는 응답이 44.2%로 '일을 우선시한다'(42.1%)는 응답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일과 가정생활 우선도 [자료=통계청] |
'일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은 2017년에 비해 1.0%포인트 감소한 42.1%로 조사됐다. 해당 항목에 대한 남성의 응답률은 1.6%p 줄어든 48.2%로 전체 감소폭보다 더 크게 줄었다. 여성은 2017년(33.7%)과 유사한 33.8%로 나타났다.
'가정 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은 2017년(13.9%)과 비슷한 13.7%였다. 남성의 응답률은 이전보다 0.5%p 늘어난 11.6%였고, 여성은 0.7%p 감소한 16.6%로 조사됐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는 짙어지고 있지만 취업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평균 1704시간을 뛰어넘었다.
주요국 중에서는 한국의 근로시간이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긴 미국은 1792시간으로 한국보다 175시간 적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근로시간도 1706시간으로 한국보다 200시간 이상 적었고, 그리스(1733시간)와 캐나다(1721시간)와 비교해도 한국의 근로시간이 길었다.
다만 한국의 근로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52시간 감소했다. 이는 일본(-41시간), 그리스(-23시간), 캐나다(+3시간), 미국(+3시간) 등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19 일·가정 양립지표 [자료=통계청] |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1.5시간으로 전년보다 1.3시간 줄었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43.9시간, 38.3시간으로 모두 1.3시간씩 줄었다.
근로시간별로는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21만명으로 남녀 각각 39만1000명, 40만6000명 증가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120만9000명으로 남녀 각각 41만1000명, 31만명 감소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5세 이상 여성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은 52.9%로 전년대비 0.2%p 늘었다. 미혼인 경우 56.4%였으며 배우자가 있는 경우 54.6%로 소폭 줄었다.
다만 남녀 고용률은 결혼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성의 고용률은 50.9%였지만 미혼인 여성 중에서는 52.1%, 결혼한 여성 중에서는 53.5%가 취업자였다.
남성의 고용률은 70.8%였다. 미혼 남성은 53.7%로 미혼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기혼 남성이 81.1%로 높아져 여성 고용률을 크게 웃돌았다. 성별 고용률 격차도 미혼일 경우 1.6%p였으나 배우자가 있으면 27.6%p까지 벌어졌다.
올해 여성 취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소폭 악화됐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6.4%로 2017년에 비해 0.8%p 감소했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도 결혼·출산·육아에 관계없이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61.4%에 불과했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