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선정 관련 청탁 등 혐의
법원 "직무 대가 관계 등 죄질 무거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보건복지부 간부에게 3억여원의 뇌물을 주고 병원 돈으로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가천대 길병원 병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2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근(67) 전 길병원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벌금 100만원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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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해철 기자] 지난 2월 8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 2019.02.08. sun90@newspim.com |
함께 기소된 의료법인 길의료재단에게는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재단 관련 자금을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했다"며 "뇌물공여 대상자의 직무와 길병원과의 관계, 뇌물 제공 시기, 액수 등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후원 액수가 아주 크지 않다"며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점, 오랜 기간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헌신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또 의료법인 길의료재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이 사건 병원장의 업무추진비 등 자금 출처가 모두 재단으로 보여진다"며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는 재단의 의사에 따라 행해진 기부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인정하나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게 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은 없다"며 "갑을 관계에 있는 보건복지부 공무원 허모 씨의 고압적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교부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물의를 일으켜 면목이 없다"며 "선처해주시면 여생은 의사로 돌아가 의료봉사와 응급의료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과장으로 근무하던 허 씨에게 해당 사업 진행상황과 지정 대상 병원 수 등 정보를 길병원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3년 3월~2017년 12월 허 씨에게 인천광역시 소재 길병원의 법인카드 8개를 제공했다. 허 씨는 골프장과 유흥주점, 마사지업소, 국내외 호텔, 백화점 명품관 등에서 3억5657만여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급의료 개선방안 등 병원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병원장 업무추진비 2990만원을 병원 관계자 명의로 인천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에게 기부한 혐의도 있다.
한편 허 씨는 8월 대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