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야권이 9일 폐회 예정인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중의원(하원) 의장에게 제출했다고 NHK가 전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桜を見る会) 의혹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집중 추궁하기 위해서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일본 내각 주최 공식 행사로 매년 봄 각 분야에서 공로를 남긴 이들이 초청된다. 하지만 최근 아베 총리 지역구 유권자들이 대거 참석했단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정권 관계자들도 행사 참석자를 추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국회의사당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4개 야당의 국회대책위원장들은 이날 오전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과 회담을 갖고 국회 회기를 40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임시국회 폐회는 내년 1월 18일까지 미뤄진다.
방송에 따르면, 야권 측은 회담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설명을 계속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며 "국회를 이대로 폐회하는 건 행정감시 기능을 포기하는 것과 간다"고 주장했다.
오시마 중의원 의장은 야권의 의사를 여당 측에 전달하겠다며, 의원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을 협의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회담 후 아스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지금 폐회하겠다는 건 여당 차원에서 불편한 일을 덮겠다는 것"이라며 "의원운영위원회에서 철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 一博) 국민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과 관련해 아베 총리는 설명 책임을 다하려 하지 않고, 재해 대응을 위한 추경예산안도 제출하지 않아 강한 분노를 갖고 국회 회기 연장을 요청했다"며 "어떻게 공격할 지 상황을 보면서 야당이 일치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회기 연장에 부정적이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위원장은 "국회 회기 연장을 할 필요는 없다"며 "남은 정치일정이 빠듯해 재해복구를 위한 추경예산안과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서둘러야만 하기 때문에 오늘 국회를 폐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야권에선 내각 불신임안 주장도 나와
야권에선 회기 연장 뿐만 아니라 내각 불신임안 제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민주당 측은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자세를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하고 있다.
불신임안 제출까지 언급되는 데엔 아베 내각의 불성실한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문서 관리 문제다. 야당의원이 벚꽃을 보는 모임 관련 자료를 요청한 직후 해당 자료를 폐기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공산당의 미야모토 도루(宮本徹) 중의원(하원) 의원이 지난 5월 9일 해당 모임 초대자 명단을 요구하자, 일본 내각부는 1시간 뒤 폐기했다. 아후 야당 측에서 자료 폐기 시점을 문제 삼았지만 일본 정부는 파쇄기 이용 문제로 우연히 날짜가 겹쳤다는 입장이다.
해당 명단의 디지털 데이터를 복원해달라는 야당의 요청에도 내각 측은 "백업 데이터 보존 기간이 지났으며 복원도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다만 불신임안 제출에 대해선 야권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제 제출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공산당의 경우 불신임안은 부결이 확실하기 때문에 제출할 경우 되레 내각을 공격하는 데 있어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고 보고 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