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의원을 후보로 지명했다. 반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진표 의원은 총리 후보로 지명하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는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문제가 정리된 후에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과 여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김 의원의 정책성향이 반개혁적이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두 가지 요인 모두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 의원의 총리 임명이 유력하다는 소식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는 5일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개혁적 정책성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김 의원이 시행한 법인세 인하와 종교인 과세 반대 등은 문 정부의 개혁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이 과거 경제부총리 시절의 '론스타 사태'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했다.
정의당과 여성단체 등은 김 의원이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고, 임신중절 금지를 주장해 여성의 인권 및 건강권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김 의원은 촛불정부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며 "김 의원을 총리로 지명한다면 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접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의 총리 임명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6일 현재 2만명 정도가 동의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개혁성향, 이른바 진영논리 때문에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을 재고한다면 이는 잘못됐다. 문 정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인사는 참사로 불릴 만큼 실패로 점철됐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정한 인사불가원칙 마저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자격미달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진영논리의 결과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사태로 인해 '확실한 우리 편'을 내세워야 한다는 여권 내부의 의구심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임기가 절반도 안 남은 상태에서 또다시 진영논리에 함몰돼 인사에 실패할 경우 이는 정권의 실패로 귀결됨은 물론이다. 김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염두에 뒀다면,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재계는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김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이는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김 의원의 경륜과 정책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한 취임사의 정신은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 아니었나. 아울러 총리를 비롯해 개각이 불가피하다면 시기를 늦춰서도 안된다. 이 총리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후임 인선과 개각이 미뤄진다면 국정 혼선과 공직기강 해이는 불가피하다. 인사는 적재적소(適材適所) 뿐만 아니라 적시(適時)에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