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농협은행 시작으로 내달 인사시즌 돌입
인사 앞당겨 선제대응 예고…DLF 사태로 WM 쇄신 불가피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임원인사에 돌입한다. 일부 은행의 경우 내년도 전열정비를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기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곳도 있다.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쇄신이 필요한 곳들은 인사 물갈이 폭이 얼마나 될 지도 관심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농협 인사는 매년 임원부터 임직원 인사까지 은행들 가운데 가장 빠른 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인사부에서 이번주로 부행장급 인사를 계획했다"며 "이후 지역본부장 등 인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현재 집행간부(업무 책임자)는 부행장 10명, 부행장보 3명, 상무 1명이다. 통상 임원 2년 차에 교체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창호 수석부행장, 우윤대 부행장, 허충회 부행장 등이 이번 인사 대상이다. 이 중 이 수석부행장은 농협금융 자회사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오는 12월에는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인사를 앞당기는 곳들도 일부 있다. 하나은행이 내달 임원인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은행도 12월 중순에 인사가 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지난해보다 빨라진 일정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임원이사 이후 1월 말께 지점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12월 말에 임원인사를 했다.
인사를 앞당긴 것은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저금리 기조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 등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인사를 조기 마무리하고 내년 영업에 서둘러 나서겠다는 것.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사가 끝나면 1월 말 그룹 차원의 출발 행사를 갖고 한해를 시작했는데 이를 앞당기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영업 현장 움직임이나 실적 평가도 빨라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국민은행은 허인 행장이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인사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부행장과 전무급 임원을 전원 교체했던 만큼 올해는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예년처럼 12월 말에 임원인사가 예상된다. 진옥동 행장 취임 후 첫 인사로 디지털이나 영업 강화를 외쳐온 만큼 인사에서도 본인 색깔 입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심사는 DLF 사태로 인한 인사 변동 폭이다. DLF 여파가 경영진 제재 가능성으로 번지면서 관련 사업부인 자산관리(WM) 부문은 대규모 인적 쇄신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DLF 대책으로 조직개편을 예고한 만큼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손태승 행장은 WM그룹과 연금신탁으로 나눠진 자산관리조직을 일원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품과 마케팅 조직은 분리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을 두는 등 여러 개편안을 논의중이다.
하나은행도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WM 역량 강화와 영업 평가지표(KPI) 개편을 진행하고 있어 WM그룹이나 영업그룹의 변화가 예상된다. 강동훈 준법감시인(전무)을 제외한 모든 임원의 임기 만료가 올해 말로 다가왔고 지성규 행장의 첫 인사로 변동폭이 클 수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사 폭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WM 부문은 쇄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해왔기 때문에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