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그룹 회장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모두 제외
신한·우리·농협금융지주·기업은행 CEO들 임기 동시 만료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셀프 추천'이 차단된 주요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이 임박했다. 여느 해보다 임기가 만료된 CEO들이 많지만 현 정부 임기가 절반을 돈 상황에서 인사 폭이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금융그룹 중 신한금융·우리금융·농협금융지주 회장들 임기가 정기주주총회 시즌인 내년 3~4월에 끝난다. 각 금융그룹은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라 통상 40~50일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하기 때문에 내년 1월께부터는 회장 후보 선임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른바 '셀프 추천'이 차단된 첫 사례기 때문이다. 5대 금융그룹들은 올해 상반기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 선출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회장 후보의 자격을 명문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통과를 앞두고, 회장들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빠졌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KB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제외하도록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애초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이 제외됐었다.
(사진 왼쪽부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19.11.13 hkj77@hanmail.net |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감지된다. 2017년 3월부터 시작해 딱 임기 3년만 채운데다, 그 동안 경영실적과 오렌지라이프 인수합병 등 신한그룹을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올해 만 62세(1957년생)로 신한지주 내부규범에서 정한 회장 나이 제한 기준인 첫 선임 시 만 67세 이하, 연임 시 만 70세 이하와도 무관하다. 다만 조 회장이 채용비리 관여 혐의에 대하 1심 판결을 앞둔 점은 변수다. 내년 1월께 1심 선고를 시작으로 확정판결까지 수 년이 걸리지만, 아무래도 혐의가 인정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은 올 초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시작한 지주 회장으로 한시적 임기인 1년이 내년 3월 끝난다. 겸직하고 있는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내년 1월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을 두고선 안팎에서 연임 필요성이 흘러나온다. 지주사 전환 초기 우려됐던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우리카드 등 손자회사의 지주사 편입, 자본비율 개선 등에서 성과를 냈고, 무엇보다 지주사 체제 안정을 위해 '경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18.32%를 보유한 만큼 '외부 인사'가 도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정부가 2022년까지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계획한 상황이라, 외부 입김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물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 금융당국 검사 결과를 앞둔 점은 부담스럽다. 다만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에서 원금을 회복하고 소폭의 이익도 발생하고 있어, 경영진의 중징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선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모(母)회사인 농협중앙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고, 그 동안 정부 고위관료 출신을 영입해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물 섭외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농협금융이 2012년 출범한 후 연임에 성공한 경우는 직전 김용환 전 회장 뿐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도 오는 12월 27일 임기 3년을 마친다. 국책은행 특성상 관료 출신 외부 인물들이 차기 회장을 노리고들 있다. 하지만 조준희, 권선주 전 행장 등 3연속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은행을 경영해왔다는 점에서, 내부 승진이나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 동안 큰 부실이나 금융사고가 적었고 안정적으로 금융그룹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연임이나 잡음 없는 교체가 예상된다"면서도 "현 정부의 임기 중반부여서 외부 인사들이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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