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당겨 23일 오전 5시 귀국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장 방문 "미안함과 동시에 반가움"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단식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은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후에 처음 만났다.
나 원내대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해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출국 날 오후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나 원내대표는 당초 귀국일을 하루 앞당긴 이날 오전 5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다시 단식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자리잡고 있다. 2019.11.22 kimsh@newspim.com |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중인 황 대표를 만나 정부가 전날 발표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에 대해 "미국의 우려가 굉장히 컸다"며 "황 대표의 구국의 단식, 국민 저항에 문재인 정권이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소미아 중단 결정을 했던 것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며 "미국을 방문해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대표님의 의지를 잘 전달하고 왔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위로하며 "잘 싸워봅시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강행에 저항하겠다는 의미로 나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결정에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며 대정부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국 후 곧바로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철야 단식 농성' 제목의 기사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다"며 "무엇보다도 건강이 걱정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울분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낭떠러지를 코앞에 두고 겨우 브레이크를 밟았다. 국민의 안보 불안 팽배와 제1야당 대표의 목숨을 건 투쟁, 그리고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가까스로 '안보 추락'은 막았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 중 제가 느낀 분명한 것은, 바로 미국의 한미동맹과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었다"며 "과연 문재인 정권은 믿고 함께 갈 수 있는 동맹 파트너가 맞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에 휩싸여 있음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저는 줄기차게 미국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은 가치 동맹, 자유 동맹, 체제 동맹임을 강조하며, 비용과 이해관계의 차원을 넘어 동맹을 바라봐줄 것을 호소했다"며 "다행히 미국 의회 쪽은 저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국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감지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여준 괴리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표의 얼굴을 뵙자 미안함과 동시에 반가움이 치솟았다. 우리를 대신해 이 험난한 저항의 길을 묵묵히 걷는 황 대표께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쟁과 협상의 지난한 시간들이 남아있다. 마지막까지 독재 악법을 막겠다"고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 및 국가안보위원회 긴급연석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1.01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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