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원유시장의 트레이더와 헤지펀드를 필두로 한 투기 거래자들이 내년 지구촌 경제의 훈풍에 적극 베팅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관련 기구들이 일제히 내년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을 예고하고 있지만 트레이더들은 오히려 재고 물량 감소를 점치고 있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같은 엇박자는 내년 경제 성장 및 원유 수요에 대한 전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의 6개월 스프레드가 배럴당 3.50달러 백워데이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10달러 콘탱고를 나타냈던 스프레드는 지난달 1.90달러 백워데이션으로 밀렸고, 이후 현물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선물 가격을 앞지른 셈이다.
백워데이션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는 상황을 의미하고, 원유 시장에서 이는 일반적으로 트레이더들이 재고 물량의 감소를 예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트레이더들의 베팅은 에너지 관련 기구의 원유 수급 전망과 크게 엇갈리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IEA와 미국 EIA, OPEC은 일제히 내년 비 OPEC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 물량이 하루 220만~240만 배럴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전세계 원유 소비 증가폭인 하루 110만~140만 배럴에 비해 100만 배럴 웃도는 수치다.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OPEC과 러시아가 산유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원유 재고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브렌트유의 베이시스가 점차 깊은 백워데이션으로 후퇴하는 상황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원유 공급 측면에서 예기치 않은 차질이 없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과 같은 깊은 백워데이션은 지난 2018년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제재를 가했을 때 발생했다.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스프레드를 흔들어 놓았던 것.
시장 전문가들은 트레이더와 투기 거래자들의 베팅이 내년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한풀 꺾인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12~18개월 사이 실물경기가 개선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채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과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문의 경제 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원유시장 트레이더들의 베팅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경기 회복에 기대 전세계 원유 수요가 장기 추세를 회복할 경우 증가 폭이 주요 기구의 전망치보다 하루 15만~30만배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
또 원유 소비가 1999년과 같은 강한 반등을 보이면 현재 전망치에 비해 하루 70만~100만배럴까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투기 거래자들 사이에 내년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 높아질 경우 머니 매니저들의 원유 선물 근월물 거래가 늘어나면서 백워데이션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