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헤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해 거친 파고를 항해한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2020년 투자 전략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부터 무역 마찰까지 올해 월가가 골머리를 앓았던 변수들이 내년에도 시장을 쥐락펴락할 전망이다.
파운드화 지폐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상당 부분 희석됐지만 지구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 하지만 월가는 내년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22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2020년 영국 파운드화 랠리를 예상하고, 적극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달 12일 총선 이후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한편 영국의 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 브렉시트에 커다란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가 유로화에 대해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모간 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역시 브렉시트 돌파구를 기대하며 파운드화 매수를 추천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도 나왔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지속되면서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6% 아래로 후퇴, 하강 기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주식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UBS는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의 투자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성장률 둔화와 별개로 경제 개혁이 결실을 이루고 있고, 이는 기업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UBS는 지난 3분기 중국 상장 기업의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급증, 2분기 약 5%에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강조하고 내년에도 이 같은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주를 중심으로 중국의 IT 섹터가 탄탄한 주가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UBS는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비디오 스트리밍과 전자 결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섹터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UBS는 평가했다.
석유 섹터의 투자를 권고하는 의견도 나왔다. BofA-메릴린치는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추천했다.
특히 코노코필립스가 매력적이라고 BofA-메릴린치는 강조했다. 내년 큰 폭의 배당 인상이 기대되고 현재 60달러를 밑도는 주가가 내년 75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밖에 엑손 모빌도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적합한 종목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채권시장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하로 중기 조정을 마무리한 데다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상승 모멘텀을 얻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 미국 채권시장이 미니 베어마켓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