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가 불발될 경우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5%를 간신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관세 인상을 경고하면서 주요 외신들 사이에 이른바 스몰딜 합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이 제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둘러싼 잿빛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는 관세 전면전이 전개될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6.0%에서 내년 5.7%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월15일로 예정된 156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를 포함해 지금까지 경고한 관세 인상을 강행할 경우 성장률이 5.7%로 밀릴 것이라는 얘기다.
피치의 전망은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가 최근 제시한 5.8%를 밑도는 수치다.
모간 스탠리는 이보다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심화될 경우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5.3%까지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1단계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중국은 내년 6.4%의 경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전망했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대다수가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해 우울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성장률이 5% 선으로 떨어질 여지가 높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철회 합의를 부인한 뒤로 스몰딜 합의를 둘러싼 회의론이 크게 번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협박에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무부의 단계적 관세 철회 합의 발표를 부인한 데 이어 뉴욕 이코노믹 클럽과 전날 국무회의에서 관세 인상을 언급했지만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 합의를 낙관하는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9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 협상이 세부 쟁점에 대한 미세 조정만을 남겨 두고 있다며 최종 타결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은 단순한 겁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중국과 딜이 이뤄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아울러 그는 합의가 불발될 경우 다음달 추가 관세가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측은 관세 이외에 농산물 거래 규모와 합의문 문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연간 400억~500억달러 물량의 미 농산물 수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문에 적시하는 데 대해서도 반기를 들고 있다.
로스 장관이 세부 쟁점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상 양측은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을 붙들고 힘겨루기를 지속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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