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과격 시위에 홍콩 증시가 홍역을 치르는 사이 중국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베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종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금융시장 충격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바닥권으로 가라앉자 매수 열기가 달아올랐다는 분석이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반정부 시위로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지난 6개월 사이 홍콩 증시에서 약 200억달러(약 23조4000억원)를 순매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증시 정보 플랫폼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6월 홍콩 시위가 발발한 이후 홍콩과 중국 본토의 주식 시장을 연결하는 '스톡 커넥트(Stock Connect)' 프로그램을 통한 순매수 규모는 1500억홍콩달러(19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번 매수세는 지난 10월 말 기준 총 31조8000억홍콩달러 규모인 홍콩 증시에 작지만 의미있는 증가라고 WSJ는 전했다. 올해 초 부터 현재까지 순매수 규모는 1948억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차이나 르네상스 증권의 브루스 팡 거시 전략 리서치 담당 헤드는 뮤추얼 펀드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들을 더 많이 사들일 태세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로드쇼(투자 설명회) 내용을 인용,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홍콩 사태가 더 이상 고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알팔렉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알렉스 우 전무는 투자자들이 시위 소식에 덜 민감해지고 있다면서 홍콩 상장 주식의 절반 이상이 본토 회사라고 설명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회사들이 중국 본토 기업이여서 홍콩 시위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일 종목을 홍콩 증시에서 매입할 때 중국 본토 증시 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에 사들일 수 있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A주는 홍콩 증시에서 평균 27%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홍콩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은 11.2배로, 상하이 증시(13.8배)와 선전 증시(24.9배)에 비해 저가 매력이 두드러진다.
윈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달러화 기준으로 중국건설은행, 메이투안디엔핑(Meituan Dianping), 텐센트, HSBC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항셍지수를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규모가 급증했다. 홍콩 증시 상장지수펀드인 차이나AMC CSI 300인덱스 ETF는 올해 3분기 49% 증가, 59억5000만위안(8억4590만달러)를 기록했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홍콩 이공대 밖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2019.11.17.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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