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담보 못해...경영상 책임 소재 모호" 지적에
"정당한 주주권리 막는 것은 자본주의 위배" 반박
복지부, 의견 수렴 후 이달 말 가이드라인 최종 확정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대상기업 및 선정기준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를 놓고 각계 전문가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대상기업 및 선정기준을 공개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안) 및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안) 공정회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mkim04@newspim.com] |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세부원칙과 함께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추진방향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공개 중점관리기업 가운데 기금운용본부의 수탁자책임 활동에도 경영 개선 의지가 없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기업,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행사에 나선다. 중점관리사안은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 4가지며,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추진절차에 따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곽관훈 선문대학교 교수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박재홍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 이동구 변호사,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 최경일 보건복비주 연금재정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곽관훈 교수는 "기금운용의 기본 목적은 안정성과 수익성에 있다"며 "경영참여도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기본 목적으로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돼야지 경영참여나 지배구조 개선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의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에선 안정성과 수익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책임소재도 모호하다"며 "견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참여가 이뤄질 경우 기업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재홍 전문위원도 "상법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기업이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며 "가이드라인도 일종의 연성규범(법적구속력이 없을 뿐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주체들의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범)인 만큼 주주제안이라는 극단적인 방식보다는 규범 간 정합성이 더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
반면 상장사와 주주 관계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동구 변호사는 "자본주의 관점에서 회사가 상장한다는 것은 경영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 간섭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이사 선임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주주가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고 자본주의에 반한다는 주장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가 중점관리기업으로 분류한 130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지분에 대해 최소한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주주로써 마땅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 역시 "주주권행사 요건은 배당, 임원 보수, 법량상 위반 행위에 국한돼 있다"며 "주식을 가진 주주의 정당한 발언 자체를 지나친 규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경영권을 초헌법적인 권리로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다만 이번에 담긴 내용이 다소 모호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책임투자 활성화와 관련해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 공개된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국민연금의 빈곤한 투자철학만 확인했을 뿐 실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지금까지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내놓은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모호한 표현이 지나치게 많고, 활성화 방안도 전반적으로 미흡해 실제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주주권행사 및 책임투자 관련 각계 의견을 수렴한 이후 실무평가위원회 심의, 기금운용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