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3차례 걸쳐 대자보 게시했으나 모두 훼손
고파스에는 '중국인이 찢는 것 봤다' 목격담도
총학 "고려대는 민주적인 공간...깊은 유감"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훼손되면서 캠퍼스 내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12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쯤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부착한 홍콩 시위 대자보가 찢어진 채 발견됐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이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에 마련된 '레넌 벽'에 부착할 홍콩 시위 지지 포스트잇을 적고 있다. 2019.11.11. hwyoon@newspim.com |
훼손된 대자보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제작·부착한 것으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고 더 살만하기를 바라는 홍콩 노동자 청년들의 염원은 지금 한국에 있는 우리의 마음과도 같다"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염원하는 모든 대학생들과 진보·좌파는 흔들림 없이 홍콩 노동자·청년들의 항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측은 대자보 훼손 이후 이날 오후 8시와 10시에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재차 게시했으나 이마저도 모두 찢겨져 나갔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대자보가 오성홍기(중국 국기)와 엉킨 채 정경대 후문 쓰레기통을 굴러다니는 것을 봤다", "중국인 한둘이 화난 목소리로 말하며 대자보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봤다" 등의 목격담이 올라온 상태다. 다만 누가 실제로 대자보를 훼손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총학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자보 훼손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총학은 "고려대는 각각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라며 "대자보 훼손이라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학내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한 것에 대해 총학생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대 내에서 말하지 못하는 성역은 없으며 모든 구성원의 발언은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향후 대자보 훼손 행위가 반복될 경우, 고려대 총학생회는 본 사안을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앞서 연세대학교에서도 고려대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서울대학교에서는 홍콩 시민들을 향한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도록 설치한 '레넌 벽'이 훼손돼 논란이 일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