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 적극적인 소통행보에 나섰다.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면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사법개혁·선거법 등 개혁입법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조국 사태'를 통해 국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9일에는 100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국민과의 대화로 집권 후반기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첫 화두를 소통으로 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 대통령의 전반기는 말 그대로 '불통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한 공직인사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철저히 무시했다.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도 귀를 닫았다. 불안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반 내내 따라 다닌 말이 '내로남불' 정권이었고, 조국 사태에 이르러 문 정부의 불통은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렸고 대규모 거리 시위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 누구도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며 조국 구하기에 급급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행태는 더 기가 막힌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반말로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했다. 그것도 국회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했다. 거듭된 질문에 "그래야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얼버무렸다.
안보실장의 말대로 라면, 문 정부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비서들은 각종 지표가 말해 준 정책실패를 국민들이 불안해 할 까봐 색칠을 해 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셈이다.
문 대통령이 거듭 소통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국민들의 격려와 질책 모두 귀 기울이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혁신·포용·공정·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는 말은 소통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정부는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거나, "양극화와 불평등의 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하여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임기 전반기를 평가했다.
문 정부의 이같은 자체 평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실소한다.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이 있어야 새 출발이 가능하고,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올바른 처방을 내려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보여주기식 국민과의 대화라면 수백번 해도 의미가 없다.아울러 A4 용지로 듣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내면의 소리라야 국민들은 감동한다.
귀를 열고, 비판의 소리에 마음도 열고, 잘못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쳐 나가는 게 소통이다.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면, 그건 대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