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아니다' 부인했으나 美 압박 여전
美 내부서도 트럼프 '동맹관' 우려 확산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미국이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으로 1억달러(약1170억원) 이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30일 중앙일보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일 인용, 지난달 1차와 이달 2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미국 측은 자신들이 산정한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약5조8000억원) 상당에 맞추기 위해 전반적으로 항목마다 3배 이상 뻥튀기했고,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두 차례의 11차 협상에서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의 분담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보도를 부인했으나 주한미군 인건비까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전략자산 전개비용 요구가 사실일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도 미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으로 3000만달러(약 350억원)을 요구했으나 '주둔비용 분담이라는 방위비 협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한국의 거부로 관철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하며 매년 거의 변동 없는 일정으로 미군 전략자산이 움직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하는 B-1B 전략 폭격기가 지난해 기준 한반도 방위를 위해 5~6회 출격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중앙일보는 "미 CBS방송의 지난해 6월 보도에 따르면 B-1B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운용·유지 비용은 출격당 13억원 정도다. 1년 기준으로 해도 69억원 남짓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요구한 1억달러가 순수하게 전략자산 전개비용만으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인건비 등 간접 항목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전략자산을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논란 소지가 있다. 미국이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한국 방위 임무가 아니라 동아시아 등에서 중국·러시아 견제 임무에 투입하는 비용을 한국에 요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한국 협상팀 내부에선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이 나눠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 달 한국에서 3차 회의를 진행한다. 한국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 원칙을 세우고 있으며,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한국 압박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상호 방위와 안보, 특히 북한에 대한 것과 관련해 상당히 기여한 값진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한국 정부의 공헌을 살펴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새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 대부분을 부담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오랜 동맹으로서 걸어온 길을 인식하며 협상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팀 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계속해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은 "모두가 공정한 분담을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동맹국들이 분담을 많이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