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가 4년 만에 부활한 후에도 남미 금융시장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중도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꺾었던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비선거에서는 예상 외의 결과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최종 결과는 이미 시장 가격에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이 자본통제를 강화해 페소화 가치 하락 방어에 나선 데다, 페르난데스 후보가 부채 재조정을 위한 헤어컷(채무탕감)을 배제하고 은행들의 달러보유고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 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아르헨티나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전날 하락 마감했지만 장 초반 일시 6%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미달러 대비 0.65% 올랐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페소화 가치는 미달러 대비 2.03%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8일 성명을 내고 오는 12월까지 개인의 달러 매수 한도를 월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에 설정한 현행 월 1만달러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외환보유고를 보존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 자산운용사 애쉬모어 그룹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향후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은행권의 달러화 보유고는 건드리지 않고 대외 부채의 헤어컷은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은 페르난데스 후보가 향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좌파 정권의 부활로 국가 부도(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0월 IMF와의 560억달러(약 65조56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했고 이 중 440억달러가 지급됐다. 그럼에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채무 상환 연기와 함께 추가 구제금융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IMF는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부채 감축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정부가 좌파 정권의 오랜 기치에 따라 포퓰리즘을 표방하며 IMF가 요구하는 긴축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을 경우 IMF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IMF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부채 상환을 우선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IMF와 재협상을 통해 채무 반환 연기와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우선 과제는 IMF와 신속한 협상을 통한 '국가채무 불이행 막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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