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같은 배우는 물론 페어까지 여러 작품에서 연이어 만난다. 대학로에서는 흔한 얘기다.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 대부분이 '겹치기' 출연 중인 탓이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을 비롯해, '랭보'에는 정동화, 에녹, 김종구가 동시에 출연 중이다. 이 세사람은 지난달 20일 막을 내린 '사의 찬미'에도 동반 출연했다. 같은 배우를 동시에 다른 극에서 만나는 것은 물론 이들 페어가 그대로 다른 작품 무대에도 오른다. 좋은 점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13일 서울 동숭동 티오엠1관에서 열린 뮤지컬 '랭보'의 프레스콜에서 김종구(베를렌느 역)와 윤소호(랭보 역) 배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11.13 pangbin@newspim.com |
◆대학로 주름잡는 이름난 배우들, 거의 모든 작품서 만난다면?
최근 대학로를 주름잡는 유명 배우들은 대부분 다작을 한다. 지난해부터 쉬지않고 열일 중인 정동화를 비롯해 윤소호, 김종구, 김재범, 에녹, 주민진이 대표적이다. 놀랍게도 동시에 세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도 흔하다. 정동화는 올해 뮤지컬 '더캐슬'과 '니진스키' '사의 찬미'의 출연 기간이 겹쳤다. 에녹도 '더캐슬' '사의찬미' '왕복서간' '랭보' '경종수정실록'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한다. 두 사람과 세 작품이나 동반출연한 김종구 역시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된 배우들 외에도 겹치기 출연은 대학로에서 흔한 일이다. 윤소호 역시 '너를 위한 글자'와 '헤드윅'에 동시에 출연했고, '헤드윅'이 공연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출연작 '랭보'가 개막했다. 관객들 입장에서 다양한 필모를 동시에 만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다수지만, 두 세 작품을 한꺼번에 연기하는 배우의 컨디션과 작품의 퀄리티를 걱정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헤드윅' 공연 중인 윤소호 [사진=.(주)쇼노트] |
급기야는 한 작품에서 여러 배우가 동시에 같은 차기작을 택하면서 페어가 그대로 옮겨간다. 이 경우엔 지난 작품에서 만난 페어를 역할이 달라진 채로 다시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 누군가에게는 기분좋은 변주일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한정된 배우 풀 탓에 대학로에서 올라오는 연극, 뮤지컬 캐스팅 자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우·관계자가 말하는 '겹치기' 이유…캐스팅풀 다양화·신인발굴 절실
실제로 '겹치기 출연'을 하는 배우들의 심경은 어떨까. 대학로에서 작품활동 중인 한 배우는 "솔직히 동시에 두 작품 무대에 오른다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다. 불러주는데. 그리고 작품이 마음에 들 경우 굳이 안할 이유도 없다. 했던 배우들과 차기작으로 같이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로에서 한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이 시작되는 시기가 맞아 떨어지다보니 그런 일이 생긴다. 아무래도 잘 알던 상대라 호흡을 맞추기 더 쉬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극장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는 다른 배우의 의견 역시 비슷했다. K 배우는 "작품이 끌리고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공연 중에 연습을 병행하거나, 공연 기간이 겹치는 경우엔 힘든 점도 많고 스케줄 조정도 쉽지 않다"면서도 "감사하게 제안을 해주신 거니 각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백당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에 애틋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해 스릴과 감동을 동시에 전할 에정이다. 2019.03.18 pangbin@newspim.com |
배우들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티켓을 팔 수 있는 배우 풀이 한정적라는 게 가장 문제다. 전작에서 어느 정도 흥행성이 보장된 배우들을 쓰다보니, 계속해서 출연자들이 겹친다는 얘기다.
물론 함께 해온 배우들을 믿는 지점도 있다. 한 관계자는 "초연에 참여했거나, 다른 작품에서 잘하는 모습을 봤던 배우와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면서도 "잘하는 배우들은 이미 작품이 꽉 차있다보니 스케줄 조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흥행과 실력이 보장되는 신인 발굴에는 누구든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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