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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요금·왓츠앱세금, 칠레 젊은이들 분노에 불 붙여"

기사입력 : 2019년10월25일 20:50

최종수정 : 2019년10월26일 09:04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었다. 레바논에서는 왓츠앱 메신저 사용에 부과한 하루 20센트의 세금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난데없는 물파이프 세금이었다. 인도에서는 양파값이었다.

최근 수 주 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사망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예고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의를 잊은 부패한 정치 엘리트 집단'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시킨 시위로 칠레 곳곳이 아수라장이다. 2019. 10. 23.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각국의 시위가 각기 다른 원인과 양상을 띠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특정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민주주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부패한 소수 정치 엘리트가 뻔뻔하게 부를 독식하는 동안 젊은 세대는 하루하루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안보 컨설팅업체 수판그룹의 알리 수판은 "새로운 세대는 정치·경제 엘리트의 부패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직면한 각국 지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상당히 충격을 받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칠레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오아시스"라고 자랑하며 "포퓰리즘과 민중 선동에 지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시위대가 공장들을 공격하고 전철역에 불을 지르고 슈퍼마켓을 약탈하는 등 수십년 만에 최대 시위가 벌어지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 병력을 동원했다. 지난 23일까지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피녜라 대통령은 "강력하고 무자비한 적에 대한 전쟁"까지 선포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2013년 세이셸 제도의 호화 리조트에서 비키니 모델에게 1600만달러(약 188억원) 상당의 선물을 줬던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난주 메신저 프로그램 왓츠앱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수십 년 간 불평등과 경제성장 정체, 정치인들의 부패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혁명!'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왔다.

레바논은 공공부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3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이 37%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한 데다 전기와 깨끗한 식수, 인터넷 서비스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오랜 긴축정책에 의해 중산층이 사라지고 상위 0.1%의 부자들이 국민소득의 10분의 1을 차지하며 국가 자원을 흥청망청 탕진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세금 부과를 하겠다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대가 자욱한 체루가스에 휩싸여 있다. 2019.10.18. [사진=로이터 뉴스핌]

최근 각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시위가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형태의 시위는 지속적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 심각한 빈부격차, 청년실업률 상승 등이 좌절된 꿈을 지닌 새로운 세대를 양산해내면서 최근 시위가 급격히 늘어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이 정체되면서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정부를 변화시킬 방법은 시위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위가 증가할수록 성공 확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에리카 체노웨스 하버드대 정치과학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정치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의 70%가 목표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풀뿌리 운동이 정치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는 1950년대부터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추세가 바뀌어, 시위를 통해 목표한 변화를 이끌어낼 확률이 30%로 떨어졌다.

시위 증가와 성공 확률 하락은 서로 맞물려 있다. 시위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산만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시위의 양상이 더욱 거칠어지면서 요구를 관철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시위는 처음의 중대성을 상실하고 그저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 돼 버린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동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장은 "미국처럼 국민의 뜻이 선거 결과로 직결되는 국가에서는 낡은 정치질서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선거에서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반이민 후보들의 승리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국가에서는 대대적인 시위라는 형태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각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고 있는 칠레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시위대가 각종 집기를 모아 불에 태우고 있다. 2019.10.22.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시위 열풍이 한 가지 테마로 설명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센트럴유러피언대학 총장은 지난주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주도한 정치인들에 중형을 선고한 것에 반발해 50만명 이상이 바르셀로나 거리로 나선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시위는 "특정 사안과 명분을 가진 정치적 시위이지 분노를 표출하는 장이 아니다"며 "각국의 시위는 모두 다르며 '정신없는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각국의 시위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동의 시위는 2011년 중동 전역에서 발발한 반정부 시위 '아랍의 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시위는 과거처럼 종파와 이념에 연연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랍의 봄 당시 군중이 특정 독재자의 목을 원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시위대는 정치 엘리트 전체를 비난하고 있다.

레바논의 22세 여성 다니 야쿱은 "'그들'은 도둑질을 하면서 아닌 척 한다. '그들'이 아니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고 외쳤다. 그는 음악 교사가 되려 했지만 정치적 연줄이 없어서 취업을 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그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시위는 분명 단점도 있다. 과거의 풀뿌리 운동은 느리지만 탄탄한 지속성을 보인 반면, 오늘날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시위대가 모이지만 흩어지는 것도 그만큼 빠르다. 또한 독재 정권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선전 활동을 펼치고 혼란스러운 정보를 내보내 시위대의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시위의 빈도는 늘었지만 이를 전면적인 반대 운동으로 키우려면 더욱 확실한 명분과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위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으고 끈질기게 지속할 원동력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양파값 폭등으로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펼쳤지만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국민들의 불만을 한 군데로 집결시킬 채널이 부재했던 탓이다. 인도의 야권은 분열돼 있고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 카스트와 종교 갈등이 여전히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을 주도했던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자들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을 계기로 카탈루냐 전역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2019.10.21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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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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