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충무로에 또 한 번 시리즈물 열풍이 불고 있다. 당장 개봉을 앞둔 영화는 물론, 제작 단계에 있는 작품도 다수다.
내달 7일 극장에는 영화 '신의 한 수:귀수 편'이 걸린다. 이 영화는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의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이다.
영화 '신의 한 수'(왼쪽)와 '신의 한 수:귀수 편' 포스터 [사진=쇼박스·CJ ENM] |
최근에는 배우 손석구의 차기작 소식이 영화 팬들을 들썩였다. 그가 출연 물망에 오른 작품은 '범죄도시2'다. '범죄도시2'는 지난 2017년 개봉, 688만명을 동원한 '범죄도시'의 속편이다. 전편의 조감독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이 출연을 확정 지은 상태다. 손석구가 합류할 경우 장첸(윤계상)을 잇는 악역을 맡게 된다.
'독전2' 제작도 가시화됐다. 전편에서 원호로 활약했던 조진웅은 직접 "제작사 용필름 대표가 '독전2'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 있다. '독전2' 개발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용필름 측 역시 "현재 시나리오를 기획, 개발하는 단계"임을 인정했다. 다만 출연진, 개봉 시기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마녀'도 제작을 앞두고 있다. 이번엔 해외 조직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구자윤(김다미)과 맞붙는 이야기다. 전편에서 죽은 캐릭터가 부활한다는 구체적인 설정도 공개됐다. 2021년 개봉을 목표로 2020년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2편 제작 준비에 들어간 영화 '범죄도시'(왼쪽부터) '독전' '마녀' 포스터 [사진=키위미디어그룹·NEW·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앞서 언급했듯 이들 작품에는 시리즈물이란 접점이 있다. 물론 충무로의 시리즈물 제작이 놀랍거나 낯선 일은 아니다. 오히려 1990년대부터 2000년 중반까지 한국 영화계에는 시리즈물이 유행했다. '투캅스'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조선명탐정' '탐정' '신과 함께'가 시리즈물로 나와 성공을 거뒀다.
다만 주목할 점이 있다면 장르의 변화 혹은 확장이다. 그간 나온 시리즈 영화들은 예외 없이 휴먼, 코미디에 기반을 뒀다. 하지만 최근에는 범죄, 액션, 누아르로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의 원인으로 관객의 선호 장르 변화를 꼽았다. 또한 MCU, DC처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할리우드 영화들의 흥행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시리즈물이란 것은 우선 전편이 흥행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시리즈물로 기획해도 전편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이 나올 수 없다"며 "요즘 관객들은 액션, 범죄를 선호한다. 완전한 정통 액션이 아니라 흥미를 유발하는 상업적 요소들이 가미된 것들이다. 이런 작품들이 개봉해 사랑을 받고 이것이 후속 제작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져 지금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관객들은 마블 영화가 익숙하다. 여러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히어로들이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하고 악을 처단한다는 서사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 같은 흐름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