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오는 11월 1일 애플TV+(플러스)가 론칭하는 가운데, 국산 OTT(Over The Top,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 업계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오리지널 콘텐츠들 틈에서 국내 방송사 기반 콘텐츠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지 미지수다.
선발주자인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몸집을 키우는 사이,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시작됐다. 애플TV+와 디즈니+가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운 가운데, 국내에서는 지상파 3사가 손잡은 통합 OTT 웨이브의 행보와 CJ E&M, JTBC의 합작 OTT가 선보일 오리지널 콘텐츠에 이목이 쏠린다.
◆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녹두전' 효과는?…사용자들 엇갈린 평가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지상파 스트리밍 서비스 '푹'을 통합한 신규 OTT '웨이브'는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예고했다. 이들은 출범 초기 지상파방송 3사 대작 드라마 투자, 방송편성과 함께 OTT 독점 VOD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 넷플릭스, 애플, 디즈니 등에 맞서 국내 토종 OTT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사진=KBS] |
웨이브가 선보인 첫 오리지널 콘텐츠는 바로 KBS2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녹두전'이다. 약 1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이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6%(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의 성적으로 순항 중이다. 드라마 속 미스터리한 과부촌 여장남자 녹두(장동윤)와 동주(김소현)의 기상천외한 러브스토리가 화제를 모으면서, 브라운관과 온라인을 넘어 웨이브 가입자 유치도 견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웨이브는 지난 21일부터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모바일 스트리밍이 가능한 '웨이브고(wavve go)' 서비스도 시작했다. 유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지역 범위를 확대하면서 해외 직접 진출 이전에 간접적인 활로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시도다.
다만 실제로 웨이브를 다운로드한 이용자들의 평가는 아직 다소 엇갈린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웨이브 앱의 사용자 평가는 별 5개 만점에 1.3점에 불과하다. 약 2600개의 리뷰가 달렸지만 기존 옥수수, 푹 이용자들이 서비스가 통합되면서 겪은 불편함을 토로하는 의견이 다수다. 푹의 경우 이전에 CJ E&M 계열 방송도 시청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웨이브로 통합되면서 지상파 VOD와 기존 영화 등 콘텐츠 위주로 개편된 점을 지적하는 리뷰도 눈에 띈다.
◆ '배가본드·나의 나라', 넷플릭스 통해 해외 배급…'투트랙 전략' 구사하나
웨이브가 국내에서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충성도가 높은 범아시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특장점이다.
하지만 웨이브 출범 이전에 제작된 SBS '배가본드'를 비롯해 JTBC '나의 나라'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공급을 확정했다. 해외 190개국에 대규모 유료 가입자를 거느린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로 제작 측에서는 은근히 콘텐츠 퀄리티에 자신감을 드러냈음은 물론이다.
'배가본드'의 한 장면 [사진=SBS] |
하지만 웨이브를 통해 지상파 방송 콘텐츠 독점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넷플릭스나 다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진출은 어려워진다. SBS 측은 '배가본드'의 해외 공급을 넷플릭스가 맡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로 공급되지만 앞으로 제작될 드라마들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만 언급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웨이브가 해외 유료 가입자들을 단기간에 적극적으로 유치할 방법이 거의 없을 뿐더러, 해외 직접 진출이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경우에는 전적으로 투자를 담당한 제작사의 뜻에 따라 해외 공급처가 결정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향후 웨이브가 단계적으로 해외 진출이 이뤄지는 것에 발맞춰 지상파를 비롯한 국내 콘텐츠 독점 공급 역시도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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