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벼랑 끝 전술로 금년 중 美 태도 변화 노려"
"트럼프, 선(先) 체제 안전보장 北 요구 수용할 듯"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7일 북한이 북미실무협상 종료 후 미국 보다 먼저 결렬 선언을 한 것은 '하노이의 보복'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회담 종료 직후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읽은 것은 "하노이 때 당했던 것을 보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패'만 보여준 채 고배를 마셨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사진=뉴스핌 DB] |
정 부의장은 김 대사의 성명 낭독과 관련, "점심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며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금년 중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 그러려면 오늘은 대충 그 정도에서 끝내라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만 더 조이면 (북측이 원하는) 그쪽으로 가까이 갈 것 같다는 계산이 섰다는 것"이라며 "모양새는 안 좋지만 이번에는 결렬되는 식으로 끝내고 오라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는 미국이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미국이 지난번(하노이 정상회담)보다 상당히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나왔지만 아직은 (북한)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아울러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이슈 때문에 몸이 달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탄핵 이슈 때문에 그걸 비껴가거나 누를 수 있는 뉴스 밸류가 있는 사건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볼 것"이라며 "좀 굵직할 줄 알았더니 자잘한 거 몇 개 들고 와서 잔뜩 책상 위에 늘어놓으니까 북한으로서는…(중략)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이터 뉴스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정 부의장은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협상 '선결조건'에 대해서는 "안전권과 발전권을 보장하라 하는 것"이라며 "안전권은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 발전권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으로 그렇게 하면 그 때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이) 선(先)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면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핵을 다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엔드 스테이트(비핵화 최종상태)까지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의 일련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외교 분야에서는 업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의 요구를 수용해 미국 내 강한 반발을 맞딱뜨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우호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게 미국측 실무 관료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다음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판에서 하루는 보통 사람 일생보다도 길다는 말이 있다"며 "연말까지 안 가고 11월 초중반까지 실무 협상이 성과를 내고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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