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손실부담' 입법안 제외, 당국 지원 의지 지속
해외진출 확대 전략,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 줄 수 있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단기적인 위험요인이 상존하나, 영업환경이 개선되면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국가신용등급 및 은행 시스템의 장단점 등을 살펴봤다.
피치는 올해 4월 우리나라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환경 점수를 'A'에서 'A+'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 호주와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피치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우호적 기업환경, 다각화된 경제구조 등이 진행됐다"며 "변동환율제도는 수출의존적인 한국 경제가 위기시 빠른 회복을 하는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최병두 피치(Fitch) 금융기관 담당 이사(오른쪽)와 Jeremy Zook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 신용등급담당 애널리스트(왼쪽)가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백진규 기자] |
피치는 국내은행권의 단기적인 위험요인으로 △대손비용 상승 △가계부채 리스크 △소매금융 경쟁 심화 등을 꼽았다.
최병두 금융기관등급 담당 이사는 "한국 경제의 높은 가계부채와 인구 고령화는 내수를 점진적으로 위축시키고 당국의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무역마찰과 반도체 업황부진으로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며, 은행 이익증대와 자산건정성 유지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지난 3년간 국내은행은 역사상 낮은 수준의 대손비용을 유지했으나, 피치는 향후 2년간 대손비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2018년 기준 184%까지 급격히 상승하며 외부충격에 더욱 취약해졌고, 소매금융 경쟁강도는 디지털혁신으로 카카오은행 등이 성장하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이 이 같은 단기적인 위험요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전했다.
그는 "지난 수 년간 은행들이 담보위주의 가계여신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집중도 위험이 크게 개선됐고, 2014년 이후 신용평가 고도화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높아졌다"며 "부유한 퇴직인구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자산관리(WM)가 은행 수수료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채권자손실부담(Bail-in) 조항이 올해 입법 개정안에서 제외된 것도 은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피치는 분석했다. 최 이사는 "당국이 중요 금융기관 예금자를 포함한 선순위채권자에 대해 유사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전반적인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은 2018년 말 기준 총자산의 5%에 불과하지만, 최근 주요 은행지주사들은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최 이사는 "신흥국시장에 대한 익스포저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 은행의 엽업환경 평가 및 전반적인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 부문 실적변동이 국내 부문에 비해 시장충격과 경기에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