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살인으로 복역 중인 이모씨가 용의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9차 사건 DNA 일치
시민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처벌요구
[화성=뉴스핌] 박승봉·정은아 기자 =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으로 특정한 용의자가 '살인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19일 화성연쇄살인사건 기자회견에 참석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으로 특정할 만한 용의자는 50대 남성이고 이모 씨이며 복역 중"이라면서 "이씨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화성 연쇄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2019.09.19 kilroy023@newspim.com |
◆ 경기남부청 브리핑,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9차 사건 DNA 일치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30분 2층 회의실에서 반기수 2부장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이씨에 대한 DNA 3차례 관련 사건 중 9차 사건만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5, 7, 9차 3차례 사건에서 나온 것 중 9차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의 속옷에서 이모 씨 DNA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말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반 2부장은 “현재 밝혀진 사건 외에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돼도 공소권 없음으로 이씨를 송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만약에 진범으로 밝혀져도 처벌을 할 수 없지만, 영원히 미제로 빠질 수밖에 없던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완전범죄는 없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반기수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자문 등 59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 화성연쇄살인 용의자...처제 살인으로 복역 중
한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이자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 진범으로 경찰이 특정한 인물은 50대의 남성으로 부산에서 복역 중이다.
배 청장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이씨"라고 했다. 그러나 배 청장은 현재 언론에서 보도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3건의 현장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DNA를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대조하는 초기 수사상태인 만큼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인 10차 사건이 일어난 뒤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살해하고 시신을 집에서 약 1km 떨어진 창고에 은폐한 혐의로 1·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6년을 넘어 현재까지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당시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은 사건이 발생한 화성과 거리가 있고 거주지 역시 경찰이 추적해왔던 화성, 수원과 달랐기 때문이다.
배 청장은 "유력한 물증이 확보된 만큼 이모 씨의 진범 여부 확인을 통해 수사도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개요[정리=뉴스핌] |
◆ 5년간 살인 10건에 공포,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 딸의 집에 다녀오던 7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부터 시작했다. 1987년(2건)과 1988년( 2건)에 걸쳐 4건의 살인사건이 인근 지역에서 터지면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장기화하기 시작했다.
잠시 뜸하던 살인은 다시 경기 태안지역에서 1990년(1건)과 마지막 사건인 1991년 4월 딸의 집에 다녀오던 60대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까지 4년 7개월간 모두 10차례 발생했다.
여성을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하의가 벗겨진 채로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살해 수법이 유사해 동일범 소행으로 여겨져 경찰이 수사력을 모았다. 경찰은 당시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 정액과 혈흔, 모발 등 증거는 넘쳐났지만, DNA 분석 기법이 여의치 않아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시 총 180만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3000여 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으며 공포를 자아냈으나 결국 8차 사건을 제외하고는 끝내 검거에 실패하면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 군 유괴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처벌요구”...국민청원과 SNS가 뜨거워지고 있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범인을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누리꾼들은 SNS상에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글들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문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 19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무참하게 성폭행, 살해당한 미제사건이었습니다. 18일 오늘 범인이 검거되었다고 합니다"라며 "무참하게 10명을 죽인 범인은 피해자 가족분들의 고통을 모른 채 몇십 년간 평범한 사람인 척하고 생활해왔을 겁니다. 살인죄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 처벌이 어렵다고 하지만 처벌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청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리꾼들도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에 대해 “30년간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는데 진범으로 밝혀지면 고인들이 편히 쉴 수 있겠네요. 용의자 드디어 찾았나요. 얼굴 신상 꼭 해야 해요. 상상만으로 끔찍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jea06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