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공동 TF 본격화로 직무능력 향상 및 고용안정 대응 합의
"8~13년내에 AI 등이 일자리 대체"...적극 대응으로 전환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은행권 노사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문제에 본격 대응하고 나선다. 최근 영업점 축소 현상이 과거처럼 고비용 인력과 저수익 점포 정리차원을 넘어 AI(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및 업무의 디지털화로 영업직을 대체하는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산업 사측과 노측을 대표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난달 30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문에서 “4차 산업혁명의 대두로 인한 고용안정과 직무능력 향상 방안에 관해, ‘4차 산업혁명 대비 노사공동 TF(특별팀)’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 합의서는 사측을 대표해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과 노측에서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서명했다.
은행권 노사는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2019년 산별중앙교섭 및 중앙노사위원회 교섭회의'를 개최했다. 노사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고용안정과 직무능력 향상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사진=금융노조] |
은행권 노사가 4차 산업혁명에 일자리와 직무능력 향상에 공동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AI, 핀테크 등 비대면채널 고도화에 직원들의 적응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큰 상황이었다. 다만 직무전환, 보직변경 등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들이다보니 노조측 협조가 소극적이었는데 최근 일자리 위협이 피부로 체감하는 수준에 도달하자, 노사 이해관계가 좁혀진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영향을 받는 일자리로 예금, 대부업무는 축소되고 IT분야나 상품분야 직무는 사라질 우려가 나온다. 또한 디지털 네트워크화로 구조조정과 인력의 상시적 전환배치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8~13년 내에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업무가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 측에서도 직업훈련 등을 통해 새로운 업무로 전환시켜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해졌다. 특히 지점장 등 관리자급은 곧 퇴직하지만 행원부터 차장까지 젊은 직원들은 은행의 수익을 창출할 핵심이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직무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작년에 점포 133개중 101개를 통폐합하고 고객의 80%를 디지털 영업점으로 전환하고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고객유치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하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을 내놓으면서 국내 금융권 전체를 흔드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됐다”면서 “10년내에 은행 일자리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 직무기술을 새롭게 배울지, 그냥 버틸지, 그만둘지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