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건축물관리법 시행...건축주 및 감리 책임 강화
전문가 "법규 아니라 지자체 적극 행정 필요"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4명의 사상자를 낸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의 원인이 공사 관계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로 밝혀지면서 향후 사고 방지 대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건축당국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되는 '건축물관리법'을 통해 철거 현장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법적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물 철거공사의 안전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건축물관리법이 2020년 5월 1일 시행 예정이다. 건축물관리법은 철거 공사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주 및 감리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경우 철거 공사를 진행하기 전 해체계획서를 건축사 등 전문가에게 검토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지자체 등은 해체공사 허가 이후 건축사법 등에 따른 감리자격이 있는 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지정해야 한다. 감리자는 철거 현장에서 상주하며 시공자들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아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건축주 및 감리 등 책임자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이와 함께 건축물관리법 제49조는 건축주와 감리자, 건축물관리지원센터 임직원 등이 뇌물 및 알선수재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공무원에 준하는 처벌을 받도록 규정했다. 공사 관계자들의 책임을 강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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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려 차량 4대가 파손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07.04 alwaysame@newspim.com |
지금까지는 건축물 관련 법률이 따로 제정되지 않아 건축법과 공동주택관리법,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건축 관련 법률에 의거해 책임자들을 처벌해왔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해도 사고 책임자들에게 명백한 형사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다.
전날 검찰로 기소의견 송치된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의 책임자인 현장소장 A씨와 감리자 B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위반 혐의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뚜렷한 조항과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철거 공사 현장 관계자들의 부주의가 만연했지만, 법 시행 이후부터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법률 강화 만으로는 안전 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공희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흔히 법을 새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근절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라며 "단순히 법규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구청 등의 책임자 교육, 공동 감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태까지 공사 현장에서 관련 법률이 없어서 안전수칙을 안 지킨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철거 과정에서 투입되는 돈과 시간 등 이해관계를 고려하다 보니 굳이 해결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사 관계자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하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결국 관계자 몇명 처벌받고 머지않아 똑같은 사고가 또 발생할 것"이라며 "별도의 안전 자문단을 구성하고 지역 안전을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