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민의 인권보호 및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공판중심주의와 수사 구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강원 삼척경찰서 배일권 경감은 9일 뉴스핌에 보낸 기고를 통해 ‘검사는 법을 훼손한 범법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제기와 유지에 힘을 쏟고 경찰은 범죄자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검경의 수사구조개혁은 점차 지능화돼가고 있는 범죄자들을 토벌하는 시대적 요구’라고 피력했습니다. 뉴스핌은 타당한 논리와 건전한 주장을 담은 기고에 항상 열려 있습니다.
강원 삼척경찰서 배일권 경감 [사진=삼척경찰서] |
공판중심주의가 무엇인가? 지금까지 재판은 대부분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의 서면과 기록에 의존해왔으나 그러한 관행을 버리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기주장을 펼 수 있도록 보장하고 피고인 측의 증언을 폭넓게 수용하여 형사재판에서 민주주의 실천, 특히 인권옹호를 법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공판중심주의는 1954년 형사소송법 재정 당시부터 주장되었고, 특히 1999년 대통령자문위원회로 구성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요청하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2006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이 작성한 수사기록은 집어 던져라”라는 말로 공판중심주의를 주창함으로써 검찰과 대한변협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공판중심주의의 주요 골자는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있어서 자백 강요, 고문 등을 근절하기 위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 신속처리법안의 수사권 조정안 중에서도 공판중심주의와 관련되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춘다”라는 항목이다.
약간의 법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검사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낮춘다는 것이 형사사법 절차 내 민주화 및 피고인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형사재판과정을 한 번쯤 지켜본 사람은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은 막강해서 피고인은 이미 작성된 검찰 단계 조서를 부인할 마땅한 수단이 없고 조서가 법관의 심증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됨으로써 공판절차가 수사절차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자유 심증으로 재판 절차가 이루어져야 하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크게 역행하는 것으로 선진국의 사법체계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검사작성 조서에 절대적인 증거능력을 부여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월 행정안전위원회 주관 수사구조개혁 성과 과제를 말하는 회의에서 민갑용 경찰청장은 “수사구조개혁이 입법을 통한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의 주역으로 거듭하고 공판중심주의를 안착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 말은 이번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검사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하향하는 대신 현재 사문화되어 있는 조사자 증언 제도를 활용하고, 공판절차 내 증언 청취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기소는 검찰, 수사는 경찰이 함으로써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실현시키며, 기소와 수사가 각기 다른 기관으로 분리되어 불법과 과오를 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구조개혁을 하고자 하는 것은 형사사법구조 내에서의 민주화 실현이고, 그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
삼척경찰서 수사과 형사 1팀장 경감 배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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