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모호한 기준, 영업활동 위축 우려돼"
대형마트 "직매입 대부분이어서 영향 미미"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판촉비 갑질에 대한 강화된 대책을 내놓자 유통업계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온 탓에 '미운털 박힐까봐' 공식 입장을 밝히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공정위가 제시한 '자발성' 요건 규정이 모호해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직접 매입 거래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부담이 덜한 측면있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스핌] |
공정위가 6일 행정예고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에 관한 제정안'에는 △판촉 행사 시 유통업자의 가격할인분에 대한 부담 전가 △판촉 행사시 판매수수료율 25% 이하로 조정 △판촉비 전가 금지 규정에 대한 예외요건 보완 △지침 시행 기간 3년 연장 등이 담겼다. 판촉 행사 때 유통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주된 내용이다.
특약매입은 대형 유통업자가 납품업체(입점업체)에게 반품이 가능한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으로 산 뒤 수수료를 뺀 대금을 주는 거래 방식이다. 외상 매입한 상품권의 소유권은 대규모 유통업체에 있지만, 상품의 판매와 관리는 남품업체가 직접 담당한다.
백화점 업계는 일부 규정에 언급된 기준이 모호해 영업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특약매입 거래 비중이 약 72%로 높은 편이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판촉비용 부담비율의 예외요건 중 자발성 요건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각종 상황을 고려해 여러가지 형태로 판촉 행사를 운영하는데, 이러한 유통 현장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업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납품업체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화점 관계자는 "납품업체 가운데 제조업체의 경우 판매가와 할인율, 물량 등을 직접 정할 수 있지만 유통업체는 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제조업체가 판매가와 할인율을 조정해 수익률을 높이려들면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할인가로 팔면 정상가보다 싸게 파니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발생하지도 않는 손실을 보전하라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도 할인 행사를 하면 무조건 이익을 보는 게 아니다. 업체들끼리 경쟁적으로 판촉 행사를 하면 유통업체도 손해를 입는다"고 하소연 했다.
다만 다수의 백화점 업체들은 그동안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대체로 "각사별로 입장을 밝히기는 부담스럽다"며 "내용은 검토하겠지만 백화점협회를 통해서 공동대응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대형마트는 백화점과 달리 공정위의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화점보다 특약매입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특약매입 거래 비중은 16%가량이며, 거의 대부분이 직접 매입 형태로 이뤄진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거의 직매입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도 각사가 회원사로 있는 체인스토어협회를 통해 공정위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26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해 지침 제정안을 10월 31일 시행할 예정이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