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기준, 근거 없는데다 300명 충족해
서울시교육청, 16일까지 주민 의견수렴 중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소규모 학교 기준인 300명보다 훨씬 많은 전교생 450명의 28년 역사를 가진 학교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소통과 대화는 없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 등을 이유로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송정중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송정중 구성원과 주민들은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행정예고 기간 내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갈등을 겪고 있는 송정중을 찾았다.
[사진=김경민 기자] |
◆소규모 학교 기준 “근거 없고 송정중은 대상 아니야”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및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송정중지키기모임공동대책위원회(송지모)는 송정중 폐교의 결정적 이유인 ‘소규모 학교 기준’에 대한 근거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송지모에 참여한 송정중 교사 A씨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1곳을 짓는데 3곳을 통폐합 해야 한다는 정책 자체가 잘못 됐다”며 “교육당국의 소규모 학교 기준(300명)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다 송정중은 통폐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정중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재심사를 통과한 2016년 당시 재학생 수가 소규모 학교 기준을 넘긴 328명이었다. 2017년부터 송정중 학생 수는 400명을 넘겼다. 현재 학생 수는 455명이다.
특히 학령 인구 감소 추이에 따라 농어촌뿐만 아니라 도심까지 통폐합 대상이 확대되고 있어 교육 여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교사는 “이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며 “오히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교나 학급 수를 줄여야 할 게 아니라, OECD 평균(중학교 22.9명)에 훨씬 못 미치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학부모‧주민들 “이미 폐교 결정해놓고 묵인”
송정중 통폐합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문제 삼는 두 번째 요인은 ‘주민 의견수렴 부족’이다. 이미 2016년 교육부가 승인했는데도 2년 동안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송정중 전경. [사진=김경민 기자] |
40년째 공항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 60대 정모씨는 “행정예고 되자마자 통폐합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며 “주민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송정중과 마곡2중을 존치 시켜 각각 활용하면 되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송지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학부모 역시 “구성원들 사전 설명이나 동의 절차가 없었고, 게다가 2016년 이미 폐교 결정을 해놓고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인했다”며 “결정에 통보만 한 ‘절차’가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 의견 수렴 부족은 송정중 폐교를 결정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인정한 부분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지역주민과 학부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의견수렴 기간 동안 폭넓게 여러 가지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6일까지 예정된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면서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송정중 통폐합은 재학생 수 뿐만 아니라 학생 수 전망과 통학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송지모는 행정예고 기간인 16일까지 반대 서명 1만명을 목표로, ‘학교 지키기’에 나섰다. 만약 학교 통폐합이 확정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A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내후년에 마곡지구에 학생이 넘쳐나면 인근 학교로 보낸다고 했다”며 “송정중을 유지하면 해결 될 문제인데, 교육적 맥락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