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원한다면 文 방향 지지할 수밖에”
“北, 비핵화 준비가 안 된 듯…美는 북미정상회담 정말 원해”
[서울=뉴스핌] 하수영 허고운 기자 =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역할을 해 줘야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방부 주관으로 열린 ‘2019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국제공조’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워싱턴에 가면 보수 정치인들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밝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디트라니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6자회담 당시 미국 측 차석대표로 활동했던 인물로,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 등을 역임한 ‘대북 전문가’다. 현재는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이어오던 북한이 완전하고 비가역적이며 검증가능한 비핵화(CVID)를 약속했지만 실상은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이어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이 심각하게 고립돼 있다. 더 이상 고립된 북한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뒤로 CVID를 약속하며 ‘미국, 한국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2018년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있었고 문 대통령과도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주고,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초청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고 평가했다.
또 “내가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상당히 진보적인 발걸음을 했고 또 여러 정상회담이 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나는 문 대통령이 역할을 해 줘야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문 대통령의 방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
그는 아울러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이길 원하고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다른 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방어를 위해 사용하겠다며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며 “그렇게 되면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핵 확산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현재 북한의 일부 고위 관료들은 ‘국제적으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수립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제재도 해제받고 그러면서 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안전보장은 CVID가 확실해 져야 가능하고 미사일과 핵무기 관련 시설들의 완전한 해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현재 실무회담 장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며 “북한이 계속 고집을 해서 실무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어쩌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내가 보기엔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미국은 대화의 의지가 있고 정말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길 원한다”며 “미국은 준비됐고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으니, 협상가들이 만나 핵심적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토론 패널로 참석한 한 관밍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이 ‘중미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제시하자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6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완전한 비핵화의 핵심적 역할을 할 국가다. 북한의 교역 90%가 중국과의 교역이고, (북한의) 안전 보장과 국교 정상화 등 관련 이슈에서도 중국이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