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사회문제 들춘 '추적60분' 폐지에 아쉬운 목소리
승리·정준영 단톡방 등 잡음 인 '1박2일' 부활엔 물음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추적 60분'은 폐지되고 '1박2일'은 부활했다. 현실의 사회문제를 조명하고 반향을 일으켰던 KBS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과거 전성기를 달렸던 대표 예능의 희비가 갈렸다.
지난 8월 30일 무려 30년이 넘게 방송한 KBS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종영했다. 비슷한 시기, 각종 범죄 사건에 연루된 출연자들 탓에 중단됐던 '1박2일'은 시즌4로 방송 재개가 결정됐다. KBS의 상징적인 두 프로그램의 엇갈린 운명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 36년간 역할 다 했던 '탐사보도' 전문 프로그램…더 발전돼 돌아올까
'추적60분'은 1983년 2월 27일 첫 방송해 무려 36년간 공영방송 KBS의 대표 탐사프로그램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1983년 '긴급점검, 기도원' 방송 이후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에 대한 정부의 법제화 노력이 시작됐고, 2006년 '과자의 공포' 시리즈 이후 음식물 포장지에 식품 첨가물 기재를 의무화하는 식품 표시 기준이 전면 시행됐다. MBC 'PD수첩'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화제성에 밀려 긴 역사의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가 시청자들에겐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KBS] |
마지막 방송에는 1980년대 연출을 맡았던 장해랑 전 KBS PD와 2005년부터 4년간 책임 프로듀서 및 진행을 맡았던 구수환 전 KBS PD,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주인공 유우성 씨가 스튜디오에 나와 그간의 '추적60분'을 증언했다. 구수환 전 PD는 "'추적60분'은 단순한 정보전달의 차원을 넘어 과학적인 실험과 구체적 대안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지난 2009년 살인누명을 쓰고 머나먼 타국 온두라스의 감옥에 수감됐던 한지수 씨와 2013년 국정원의 조작으로 간첩 누명을 썼던 유우성 씨는 "'추적60분'으로 인해 삶이 달라졌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다만 KBS에서는 '추적60분' 종영 이후 재정비를 거쳐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KBS 스페셜' 역시 폐지 수순을 밟은 뒤, 두 프로그램을 통합해 '시사다큐 직격'(가제)을 새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마지막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폐지를 재고해달라"며 올라온 여러 의견과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해소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정준영 불법행위→방송중단 그 후…왜 '1박2일' 포기 못하나
'추적60분'의 폐지 소식이 들리기 직전, KBS는 출연자 정준영의 불법 행위로 제작이 중단됐던 '1박2일'이 부활한다고 알렸다.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과 출연자, 내용은 정해진 바가 없지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게 방송재개를 알린 KBS의 각오다.
하지만 '1박2일' 부활을 향한 시청자 시선은 곱지 않다. 정준영이 연루된 일명 '카톡방 성범죄' 사건들이 아직 재판 중이고, 이 모든 일의 단초가 됐던 전 빅뱅 멤버 승리는 계속해서 혐의가 추가될 뿐 어떤 처분도 받지 않고 있다. 제작진이 아무리 새 판을 짠다 해도 과연 기존의 영광을 되찾을 지 미지수다.
[사진=KBS 해피선데이 블로그] |
무엇보다 KBS에서 '1박2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3월 방송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1박2일' 시즌3은 무려 14~1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간판 주말예능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 첫 시즌 방영부터 무려 12년간 다양한 출연자와 사건들을 거쳐오며 굴곡을 겪었지만 KBS 입장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효도 프로그램인 셈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초기부터 내세웠던 '국내 관광지 소개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도 있다.
KBS는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가족 예능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프로그램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준영 외에도 여러 출연자들이 사건사고에 연루됐던 만큼, 새롭게 출발하는 '1박2일'이 감수해야 할 부분은 차고 넘친다.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시즌1~3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