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가 보조금 빼돌렸다" 지자체에 제보
제보 내용 체육회에 고스란히 전달한 지자체
인권위 "비리 제보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 우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모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기관의 내부 비리를 제보한 민원인의 개인정보와 신고 내용 등을 해당 기관에 통째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은 소속 기관으로부터 해고, 정직, 재계약 불가 등 불이익을 받았다.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모 지자체 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1월 경찰에 소속 기관의 지자체 보조금 부정수급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같은 해 2월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이후 A씨는 체육회로부터 ‘품위유지 위반 및 비밀엄수의무 위반’으로 해고당했다. A씨는 재심 끝에 해고 대신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A씨는 지난해 9월 추가로 모 신고센터와 지자체에 체육회의 ‘허위실적보고’ 내용이 담긴 비리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센터는 이를 상급 기관인 도체육회에 이첩하면서 “민원인의 신분과 신고 내용이 보호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리를 요청한다”는 문서를 송부했다.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도 이를 국민신문고 시스템에 등록한 후 담당 부서로 이송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A씨는 추가 제보 2달 뒤인 2018년 11월 체육회로부터 “2019년 재계약 불가 결정”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자신이 제보한 사실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인권위에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문제 기관에 그대로 유출해 해고, 정직, 재계약 불가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신고를 접수한 도체육회와 지자체가 A씨의 이름과 신고 내용 등이 적힌 민원 우편물을 통째로 체육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내부 비리 제보도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동료로부터 같은 내용을 제보받은 국민권익위원회는 체육회가 2015~2018년까지 총 144회의 실적을 부풀리고 허위로 인건비와 출장비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지난 6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비리 및 공익제보를 한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비리 사실에 대한 내부 고발이 어려워지는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해당 지자체 도지사와 군수 등에게 기관 내 관련 시스템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