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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시라노' 박지연 "정면돌파로 쟁취하려는 록산에 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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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배우 박지연이 '시라노'에서 세상에 다시없을 시라노의 첫사랑을 연기한다. 초연에 비해 한층 주체성이 강조된 여성 캐릭터로서, 더 빛나는 록산을 무대 위에 빚어냈다.

최근 뮤지컬 '시라노'에 출연 중인 박지연과 만났다. 이날도 공연을 앞둔 그는 류정한 프로듀서가 제작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시라노'에 함께 하게 돼 기쁜 마음을 털어놨다. 박지연은 '시라노'의 록산을 "그동안 했던 역과는 또 다른 캐릭터"라면서 다양한 역할을 만나고 싶은 희망을 이뤘다고 했다.

"'시라노'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 결이 달라서 새로운 느낌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도 10년차가 돼가는데 좀 다양한 폭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죠. 여지없이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이었고, 초연에 이어 재연 대본을 다시 봤을 때 스토리나 캐릭터가 발전되고 보완된 게 많이 보였죠. 그 발전하는 과정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앞으로 계속될 공연이라는 믿음을 갖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뮤지컬 '시라노' 배우 박지연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30 mironj19@newspim.com

극중 록산은 모든 남자가 사랑할 만한, 다 갖춘 여자다. 시라노,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만큼, 그 매력을 모든 관객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게 박지연의 숙제였다. 그래서 관객들과 만나기 전, 박지연이 처음으로 록산에게 끌리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록산은 본인의 결핍이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쟁취하려는 여자예요. 크리스티앙에게 반했을 때도 그 사랑을 완성시키기려고 시라노에게 부탁까지 하고 전쟁터에 직접 찾아가죠. 편법을 쓰지 않고 본인 최선의 전략으로 정면돌파하는 여자라 맘에 들었어요. 저와는 좀 달라요.(웃음) 좀 피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죠. 약간은 게으르기도 해요. 록산에게 배우는 점이 많아요."

록산은 크리스티앙을 연모하지만 마음 속 깊이 시라노의 영혼을 줄곧 사랑해온 여자다. 극의 막바지 록산의 대사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뒤늦게 시라노의 진심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만 록산이 만약 크리스티앙이 아닌 시라노의 편지였다는 것을 먼저 알았다면 어땠을까. 록산을 연기하는 박지연의 생각이 궁금했다.

"록산이 누굴 사랑했는지 답은 관객 몫이겠죠. 저는 둘다 진심으로 사랑한 거라 생각해요. 물론 록산이 크리스티앙에 빠진 상태에서 시라노가 고백했다면 거절하고 크리스티앙을 택했겠죠. 그 전에 시라노의 마음을 알았다면? 글쎄요. 우리도 사실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온 사람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지막에 록산은 이미 많은 아픔을 겪고 성장한 상태예요. 그래서 시라노의 영혼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뮤지컬 '시라노' 배우 박지연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30 mironj19@newspim.com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록산에게는 여성 문학지를 만든다거나 검술을 연마하는 설정이 추가됐다. 이 장면에 대해 박지연은 "굉장히 재밌고 무술의 매력을 느꼈다"면서 액션 연기에 욕심을 보였다. 최근엔 TV 드라마에서도 대중과 만나는 그는 여전히 무대에 갈증을 느낀다고 했다. 다양한 매체와 방식의 연기에 도전하면서도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무대였다.

"제가 몸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맘마미아' 이후로 춤 출 일이 없겠다 싶어 아쉬웠어요.(웃음) 이번에 무술 신을 딱 주셔서 더 재밌고 신났죠. 액션연기도 해보고 싶고, 무대에서는 매일 해야 해서 스스로를 단련해야 하긴 하지만 뭐든 감수할 수 있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무대든 다요. 어쨌든 시작을 무대에서 했고 갈증이 항상 있어요. 다른 매체와 병행했을 때 좋은 점은 새로운 걸 경험하면서 조금 지쳐있을 때 공연을 하면 에너지를 얻게 돼요.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좋아요. 공연을 안하면 몸이 아플 때도 있어요.(웃음) 앞으로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도전해보고 싶어서, 계속 무대와 다른 걸 병행하게 될 것 같아요."

사실 박지연은 그동안 아주 고전적인 이미지의 인물이나 청순가련형 캐릭터는 그리 맡은 일이 없었다. 조금은 뮤지컬 시장에서 트렌디하고 현대적인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의 장점이 발휘됐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고스트' 등 대부분의 참여 작품이 그를 그저 수동적인 캐릭터로 머물지 않게 했다.

"뮤지컬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제가 좀 신선한 느낌이었을 수도 있어요. 저는 음악 스타일도 좀 팝적이고, 성악이나 가곡으로 오디션을 준비한다거나 그런 작품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트렌디하게 작품이 막 변화하면서 올라가는 시기에 제가 그런 목소리를 가진 게 유리하게 작용했지 않나 싶어요. 심지어 '레미제라블' 오디션도 팝 노래로 준비했거든요. 그리고 진짜 원하는 거 아니면 안했어요.(웃음)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한 거죠. 오디션 자유곡도 가장 좋아하는 팝을 골라서 한국어로 다 바꿔서 준비했어요. 그렇게 주체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뮤지컬 '시라노' 배우 박지연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8.30 mironj19@newspim.com

아무래도 뮤지컬 배우들은 주특기인 노래를 부를 때 무대가 아닌 다른 작품에서도 빛나 보이게 마련이다. 박지연은 그런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연극 '리차드 3세'에 참여했을 당시 일화도 그에게 힘을 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음악이나 뮤지컬이 접목된 영화가 제작되는 추세라 곧 노래하는 그를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노래하는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어요. '리차드 3세' 할 때 일부러 노래하는 장면을 넣어주셨어요. 대사도 많고 긴장되는 중에 노래를 부르는 순간 너무나 편안했죠. 연출님이 '네가 빛이 나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음악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뭐든지 기쁘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 말고 배우로 장점이 있다면, 제가 개성이 없다는 게 아닐까요. 항상 무난한 삶을 살았고 평범한 사람이고 외적으로도 화려한 비주얼이 아니어서 배우로서는 고민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장점인 것 같아요. 어떤 변신도 편견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어떤 작품,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장점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10년차를 맞아 그간 해본 작품들을 떠올리며, 그는 '시라노'의 록산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브로드웨이 시스템처럼 한 역할의 장인이 돼보고 싶다가도, 다양한 역할을 만나 노래도 하고 재밌게 살고 싶다는 게 박지연의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그저 큰 욕심 없이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시라노'는 재연이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 작품을 깊게 파는 것도 좋아하고 재미를 느껴요. 록산을 계속 해보고 싶은 맘이 들고, 가장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원스'. 한번도 무뎌진다든지, 반복에서 오는 감정이 들 새가 없었고 공연의 다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공연계 주류와는 완전히 다른 다양함이 '원스' 안에 있죠. 진짜 좋은 작품이에요. 라디오가 제 유일한 친구였는데 언젠가 DJ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취미 삼아 노래를 만드는 일도 좀 하고 있어요.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재밌게 살고 싶고, 요란하지도 않고 꾸준하게 오래가는 배우였으면 해요. 스스로를 거스르면서 하는 일 없이요. 제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이제는 알고 있거든요. 큰 기회가 갑자기 와도 덥석 잡고 싶은 마음도 그다지 없어요.(웃음) 같은 속도로 묵묵히 앞으로도 가고 싶어요."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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