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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자살공화국’ 오명 벗은 일본...지역사회가 나섰다

기사입력 : 2019년08월26일 17:52

최종수정 : 2019년08월26일 18:03

[편집자 주] 정신적·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대물림 되거나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한 사람의 자살이 가져올 주변의 고통과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외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뉴스핌이 마련했다.

[도쿄=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불명예 타이틀을 물려받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살률 순위에서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5.8명을 기록했다. 일본은 16.6명에 그쳤다.

일본의 자살자 수는 1998년 처음으로 3만명(3만2863명)을 넘어선 후, 2003년에는 통계를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다인 3만4427명을 기록했다. 그 후 2009년까지 3만2000~3만3000명대에서 추이했다.

하지만 2010년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9년 연속 자살자 수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481명(2.3%) 감소한 2만840명을 기록하며, 1981년 이후 37년 만에 2만1000명을 밑돌았다.

자살자 수 통계 집계를 시작했던 1978년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던 1만명대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본 자살자 수 추이 [자료=후생노동성]

아래로부터 자살에 대한 의식 변화 이끌어

일본이 자살률을 낮추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자살’을 바라보는 의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해 왔다. 개개인의 처지나 상황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한해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면서 자살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고 일본이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는데 크게 기여한 곳이 NPO법인(비영리단체)인 ‘라이프링크'이다.

2004년 설립된 라이프링크는 “새로운 연계가 새로운 해결력을 만들어 낸다”는 슬로건 아래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지역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자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000여명에 이르는 자살자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가며 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환경 등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노동자, 실업자, 학생, 주부 등으로 분류하고 실업, 다중채무, 가정불화, 우울증 등 자살의 패턴을 데이터화 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회의원 모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일본 정부에 자살 대책 마련을 제언했으며, 2년 후인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을 이끌어 냈다. 법 제정 후 일본의 자살률은 30% 이상 낮아졌다.

시미즈 야스유키(淸水康之) 라이프링크 대표는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자살자들의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이 데이터는 자살대책 관련 조례나 법을 만드는데 쓰인다. 이러한 연계가 자살 대책에 대한 새로운 해결력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살 대책은 사회적 연계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건, 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관련 시책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종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미즈 야스유키 라이프링크 대표 [사진=라이프링크]

시미즈 대표는 도쿄(東京)도의 기초 지자체 중 하나인 아다치(足立)구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자살 대책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아다치구는 구민들의 실태조사를 통한 기초 데이터를 통해 △실업자에겐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복지 혜택을 늘리고 △채무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법률적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과 치료 등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시미즈 대표는 “아다치구의 경우 생활보호, 법률상담, 취업지원 등 구민에게 필요한 상담창구를 확대해 자살 대책과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며 “이것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자살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자살종합대책센터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 제공

나아가 이러한 지역사회의 실태에 맞춰 자살 대책을 추진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이다.

센터는 2016년 시행된 개정 자살대책기본법에 의해 설립됐다. ‘자살 실태 프로파일’을 작성해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은 물론 1700여개 시정촌(市町村)에 이르기까지 지역 맞춤형 자살 대책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 왼쪽이 박혜선 연구원 [사진=오영상 전문기자]

자살 대책 패키지는 자살 예방에 필요한 내용을 묶어 구성한 예방책으로 △공통된 요소를 반영한 기본정책 패키지 △지역별 자살 사망자의 특징 등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성 패키지 △성별, 나이, 직업 등을 기준으로 자살에 취약한 계층을 선별해 우선순위 대책을 담은 중점정책 패키지 등으로 나뉘어 있다.

도도부현과 시정촌 등 각 지자체는 센터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살 대책의 기본 방침을 정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한다.

센터 내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 박혜선 연구원은 “이곳은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로서의 활동도 수행하고 있고, 센터 내에는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도 있다”며 “종합적인 자살 관련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대책 마련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센터는 후생노동성, 라이프링크, 도도부현과 공동으로 중앙과 기초 지자체의 연계 및 자살 대책에 대한 이해 심화를 위한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47개 전체 도도부현에서 개최했으며, 세미나 후 지자체장의 거의 대부분(98.1%)이 “자살대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응답하는 성과가 있었다.

모토하시 유타카(本橋豊) 센터장은 “계획하고(Plan), 행동하고(Do), 평가하고(Check), 조치한다(Act)는 ‘PDCA 사이클’을 적용해 자살 대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며 “다음 단계로 각 지자체의 자살 업무 담당 직원들을 지원하는 별도의 센터를 광역지자체에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토하시 유타카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장 [사진=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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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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