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향해 농성하는 갈치낚시협회
'12해리 영해 밖 금지' 생존권 호소
전남·서해보다 좁게 측정된 영해 범위
일부 경남지역 협회 하소연…불평등
"지역간 불평등 문제로 갈등만 초래"
정부, 먼 바다 낚시…안전문제가 우선
좁은 수역 영업…오히려 안전치 못해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갈치낚시어선 생존권을 보장하고 해수부 장관은 즉각 영업구역을 돌려달라!", "낚시객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경남지역 갈치낚시 업계의 생존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21일 체감온도 37℃의 폭염에 검게 그을린 어업인들이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를 향해 외치던 성토(聲討)다. 생존권 사수라는 푯말을 치켜세우며 상여행렬에 나선 이들은 경남지역의 갈치낚시어선 어업인들로 집회 신고 200명보다 많은 300여명이 연신 시위를 이어갔다.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낚싯배 선주들이 생업을 포기한 채, 해수부로 모인 이유는 '12해리 영해 밖 낚시영업 금지'라는 정부 단속 때문이다. 그 동안 갈치낚시어선들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나들며 갈치낚시 등의 영업을 터전으로 삼아왔다.
갈치낚시는 다른 어종과 달리 인가가 좋아 낚시객들이 몰리는 등 쏠쏠한 밥벌이 수단으로 통한다. 문제는 '12해리(22.224km) 영해 밖 낚시영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오면서 갈등 국면을 맞게 됐다.
21일 전국갈치낚시어선협회(경남 일부 지역협회) 측은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협회 측 300여명은 생존권 사수라는 푯말을 치켜세우며 상여행렬에 나서는 등 갈치낚시 수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019.08.21 |
'12해리 영해 밖 낚시영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2017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건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천광역시청 등 지자체가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다.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를 비롯해 잇따라 터지는 안전사고 문제는 이낙연 총리가 직접 국가안전대진단을 지시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필코 만들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안전관리 강화가 0순위 대책이었던 셈이다.
해양경찰청이 집계한 낚싯배 사고건 수를 보면, 대형 사고와 단순 기계 고장 등을 포함해 2016년 208건, 2017년 263건, 2018년에는 231건으로 꾸준하다.
이 중 인명 피해 규모를 보면, 2017년에는 부상 46명, 2018년 부상·사망 105명, 2016년 부상 68명이다.
특히 갈치 낚싯배는 먼 밤바다로 나가야하는 특성상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 올해 초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의 경우도 어두운 새벽, 화물선과 충돌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12해리 영해 밖 낚시영업을 금지한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항상 골든타임을 지적 받는 해양경찰과 해양당국으로서는 구조활동을 위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현행 낚시어선의 관할 수역은 시·도지사 영역으로 '영해(주권이 미치는 수역)'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정부의 영해 기준은 기선(基線)으로부터 12해리를 두고 있다.
작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상 영업구역 조문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이어 올 1월 1일부로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명분화된 경우다.
즉, 영해에서만 낚시가 허용되면서 12해리를 넘어 공해상까지 나가야하는 갈치낚시로서는 타격이 커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데미지를 입는 곳이 경상도 일부지역의 갈치낚시 선주들이다.
21일 전국갈치낚시어선협회(경남 일부 지역협회) 측은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여행렬에 나서고 있다. 이날 협회 측 추산 300여명은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통해 갈치낚시 수역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 펼쳤다. 2019.08.21 |
경남지역 갈치낚시협회 관계자는 "부산 등의 경우는 대마도와 가까이 있어 영해가 12해리에 못 미쳐 영업구역을 특정구역으로 확대할 수 있게 승인해줬지만, 일부 경상도 지역의 갈치낚시는 갈치를 잡을 수 없어 영업을 못할 지경이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갈치의 회유 경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인근인데, 이러한 영업에 따른 수역범위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경남 갈치낚시협회에서는 어획량이 줄 수밖에 없는 실정에 직면하였고 더욱이 늘어나고 있는 낚시객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와는 반대로 영해가 넓은 전남해역에서는 먼 해역까지 나가서 조업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늘어나거나 낚시객마저 전남 지역으로 모일 수 밖에 없어 경남 갈치낚시 업계의 생존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남해안 수역구역은 여전히 한정돼 있어 경남 갈치낚시협회는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기선으로부터 12해리가 못되는 부산 등 일부 지역은 일본 대마도와 근접해 있는 탓에 8월 2일자 고시로 영업수역을 확대, 승인했다"며 "문제는 12해리에 들어가는 지역이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먼 바다의 사고는 구조에 어려움이 따르는 등 안전문제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는 전남지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섬이 많다보니 결국 수역(기선으로부터 12해리)이 넓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동해안이 사실상 불리한 수역을 가진 경우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전국갈치낚시어선협회(경남 일부 지역협회) 측은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19.08.21 |
경남지역 갈치협회 소송대리인 법률사무소 진평 측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경남지역은 12해리로 기준을 두면 수역이 좁아진다. 해수부가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좁은 수역에서 200여척이 영업을 하게 되면 서로 배 닻이 엉키는 등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지역은 확대해 주고 경남지역은 12해리 기준으로 수역을 가둬놓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며 "구명복을 비롯한 안전장구를 갖추는 등 돈은 돈대로 들게 해놓고 영업수역은 제한하고 있다. 안전 문제 우려로 인해 공직자에게 영향이 갈까봐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동해안의 영해 범위가 남·서해안보다 좁게 측정되는 등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