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미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미 전 세계 15조달러 이상의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며, 미국이 아직은 이러한 운명을 피했지만 악화되기만 하는 대내외 여건에서 미 국채가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년 전만 해도 미국 경제성장세가 강화되고 실업률이 사상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단기 금리를 상향했고 투자자들은 장기물 수익률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의 무역전쟁,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 금융시장 변동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올해 초부터 기조를 선회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지난주에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이 붕괴되면서 환율전쟁 공포까지 촉발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고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미 국채 수익률이 현재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진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이번에 더욱 위기감이 확산되는 이유는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나 대외 경제 여건이 갑자기 개선되지 않는 한 국채 수익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731%로 제로(0)를 한참 웃돌았고 사상최저치인 1.3%도 상회했다. 하지만 지난주 1.6%까지 내려서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주가 미끄러졌고 금값은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며 국제유가는 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급락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일부일 뿐이고 연준의 금리인하가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미국 투자자들과 사회 전반에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마이너스 금리 및 막대한 자산매입 등 중앙은행의 공격적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경제가 회복하기는커녕 예금자가 손해를 보고 은행들의 수익이 떨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초래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연준이 금리인하의 첫 발을 떼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환율전쟁 우려가 확산됐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하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고, 현재 미 국채 수익률 커브 역전이 경고하듯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연준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좁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연준은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장기 국채 매입이나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어 국채 금리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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