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비난전 속내는 도와달라는 반어법"
"北, 美의 실무회담→정상회담 접근법 거부"
"북미정상회담 '원샷' 개최 원해, 南 역할 요구"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며 한국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아닌 미국과의 사안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외교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으로 임명된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금 몸이 달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내년 말까지 끝내야만 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하나도 진도가 안 나갔다"며 "금년 중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야 된다고 하는 절박감 등 때문에 외무성은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뉴스핌 DB] |
그는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개선하지 않거나 대화를 통해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으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또는 한국 기업들의 대북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금은 남북 간 대화를 할 가능성도 없지만 순서로 봐서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선미후남 전략을 취하면서 조롱·막말을 섞은 대남 비난전을 함께 펼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그 전에도 북한이 가끔 정말 절실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문자로 약을 올렸다"며 오히려 남측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매사 미국한테 물어보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라며 "우리민족끼리 하기로 약속을 했으면 그 정신에 입각해서 좀 해줄 것은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실무협상 재개와 관련, 북미 정상 간 친서교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낮은 차원의 실무협상을 하고 고위급 회담을 거친 뒤 그 다음에 정상회담으로 간다는 3단계 접근론을 얘기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속내는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한국이) 미국을 좀 설득해달라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미워하면서도 한미동맹을 역이용해서 한국이 (바로 북미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