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 크게 고조된 미국과 중국의 마찰을 놓고 월가가 ‘전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1년전 신경전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마찰과 충돌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전쟁 선언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던 시장 전문가들이 최근 상황에 대해 상이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 담판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함께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양국의 무역 냉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미국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미국과 중국의 대치 상황이 ‘무역 전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까지 ‘무역 충돌’이나 ‘무역 마찰’, ‘무역 신경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월1일 추가 관세 시행 경고 이후 상황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서비스의 러셀 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지난달까지 무역 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했지만 이제 말 그대로 전쟁”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율을 올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에는 미국 정부 기관의 화웨이 거래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통신 장비와 감시 카메라 등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되는 일부 제품의 거래를 차단한 것. 여기에는 ZTE 제품도 포함됐다.
고강도 압박에 중국은 정면으로 맞서는 움직임이다. 통상 시스템 개혁을 포함한 주요 쟁점에 대해 양보를 이끌어낸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과 달리 위안화 평가절하와 농산물 수입 중단, 이어 희토류 수출 제한 경고까지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내달 1일 미국이 추가 관세를 강행할 경우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극적 반전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추가 관세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더욱 악화되는 한편 기존의 25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보다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IB 업계는 향후 12개월 이내 미국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35%로 제시했다. 이는 전월 수치인 31%에서 상승한 것이다.
모간 스탠리가 미국의 추가 관세 시행과 중국의 보복이 맞물리면서 9개월 이내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일부 IB는 보다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
월가의 올해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하향 조정됐다. 매크로핀 애널리틱스의 파룰 자인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 마찰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이에 따른 파장이 실물경기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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