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고온현상 지속...바퀴벌레 '활개'
바퀴벌레 개체수도 실제로 매년 느는 추세
전문가 "음식물쓰레기 처리 등 위생관리 철저히 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강모(69)씨는 최근 집에서 TV를 시청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TV 화면에 검은색 물체가 보여 가까이 가보니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였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강씨는 서둘러 바퀴벌레를 잡았지만 다음날에도 바퀴벌레가 목격됐다. 강씨는 부랴부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집안 곳곳에 뿌렸다. 강씨는 “원래 우리 집에 바퀴벌레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외부에서 들어온 것 같다”며 “동네 곳곳에 방역을 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때이른 무더위와 고온다습한 날씨로 ‘여름 불청객’ 바퀴벌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종 병균을 옮기는 해충인 바퀴벌레가 활개를 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5일 서울시 자치구에는 봄철(3~4월)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바퀴벌레와 관련된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날씨가 일찍 풀렸고, 올여름에도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방역 민원이 증가했다는 것이 각 자치구의 설명이다.
모 자치구 관계자는 “5월부터 지금까지 바퀴벌레 관련 방역 민원이 250여건이나 접수됐다”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20% 더 많아졌고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요즘에는 하루에 방역 민원이 많을 때는 10건도 넘게 들어온다”며 “방역 인력은 부족한데 개인 사유지까지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바퀴벌레 민원 폭주로 곤혹을 겪은 모 자치구는 올해 수십명의 방역전문 인력을 투입, 지난 4~5월과 이번 달 집중방역을 실시하는 등 바퀴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자치구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바퀴벌레 개체 수가 증가해 방역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 구는 올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서인지 지난해보다는 민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바퀴벌레 개체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가 해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지난 2016년 발견된 바퀴벌레는 약 239만 4222마리로 전년도 202만 6443마리보다 무려 18.1% 증가했다. 이전 5년간 연 평균(186만 3658마리)과 비교해도 28.5% 급증한 것이다.
특히 월별로는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퀴벌레의 성장과 산란을 촉진하는 여름철인 7~9월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최근 몇 년 전부터 바퀴벌레가 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고온다습한 날씨에다가, 바퀴벌레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각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제 때 처리하고 청소를 자주하는 등 바퀴벌레가 좋아하는 서식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약을 사용할 경우에는 바퀴벌레의 주요 서식지인 부엌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