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항의 차원…ICBM도 배제할 수 없어"
"북미 실무협상 개최, 한미훈련 종료돼야 가능"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내달 5~20일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기 전까지 북미 간 실무협상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예상했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달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간 실무협상 개최는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된 이후에나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톱다운(정상 간 담판협상)' 방식을 선호했던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실무회담 개최를 양보로 계산하고 있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청구서로 내밀면서 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재개를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 시점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완전히 깨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한 시점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압박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北, 한미연합훈련 직후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할 수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나 직후에 북한이 항의 수단으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중단을 약속한 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지난 5월 단거리 미사일 도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미 정상은 북한의 지난 5월 미사일 발사를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며 "이는 향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묵인하겠다는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한미 '19-2 동맹' 연합훈련을 문제시하며 이를 북미 실무협상 재개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 내에 개최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재 북미 간 실무협상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한미 당국이 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은 매우 위험한 국면"이라며 "북한이 실무회담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고, 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방사포 등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사진=노동신문] |
◆ 재개되는 북미 실무협상, CVID 합의가 관건
한편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은 북한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최종 목표에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미 실무협상이 하루 속히 열리길 기대한다"면서도 "미국은 비핵화 목표에 대해 단호한(resolute)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변에서 미국이 이 같은 목표에 대해 덜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제언"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목표는 불완전한 비핵화"라며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고 해서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미국은 성급하게 대화를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게 아니라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