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자국의 대(對) 한국 무역수지 흑자폭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관련 배상 판결과 일본 내 참의원 선거 등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지난 2010년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세에 있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 흑자폭을 늘리려는 경제적 계산도 고려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정치적 목적 뿐만 아니라 경제적 계산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제재가 단기적인 정치적 이벤트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과거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정치적인 목적이 핵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적인 보복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유 속에 경제적인 계산도 함께 고려되었을 가능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30년간 확대되어 온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적자폭은 지난 2010년부터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폭 감소했으며, 이는 2018년부터 다시 감소추세로 접어들었는데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1년 105억달러였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은 2010년 243억달러 규모로 늘어났으나 이후 지속 축소되기 시작해 지난해 151억달러까지 줄었다.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 역시 2001년 28.1%에서 지난해 16.3%까지 하락했다. 아울러, 지난해 일본은 5년만에 경상수지 흑자폭이 전년도 대비 감소하는 현상을 겪기도 했다.
[자료=메리츠종금증권] |
하 연구원은 "유량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무역수지가 적자인 상황보단 '흑자폭이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되었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흑자의 축소폭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의 수출 제재를 정치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제적인 계산도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해 중동 국가 등 무역수지 적자 상위국들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하 연구원은 "과거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을 당시 중국의 보복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던 사례를 생각해보면,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들로, 일본이 이들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 또한 생각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 연구원은 한일 양국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주가지수가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한일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한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망감이 주가를 움직인 영향도 있지만,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흐름. 시장은 경계감을 늦추지 말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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