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현 반도체協 상무 "출발 늦은 반도체...메모리 1등 대단"
"시스템반도체 육성, 파운드리로 시작...팹리스도 따라 클 것"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왜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못 했냐고요? 미국이나 일본보다 20년 늦게 뛰어들었는데 메모리 반도체 1등을 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 분야별 육성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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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7월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과 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 분야별 육성전략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 출발 늦었던 반도체..."소재 국산화, 쉽지 않았다"
안 상무의 이날 발언은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가지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대상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리지스트(감광제) 등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들 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각각 93.7%, 43.9%, 91.9%다. 의존도가 높아 수출이 금지될 경우 생산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구조다.
안 상무는 한국이 반도체 소재나 장비 분야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는 1950년대에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초기에 장비, 소재부터 만들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뛰어들었고, 반도체 제조부터 시작했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미국 장비, 일본 소재 등을 가져다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년의 시간 차가 있는데 따라 잡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며 "대신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들의 소재, 장비도 고도화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성장에 집중했기 떄문에 돌아보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이번 규제를 계기로 국산화에 적극 뛰어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 시스템 반도체 1등 목표...'파운드리 키우면 팹리스도 큰다'
"파운드리보다 팹리스를 더 키워야 한다고요? 아닙니다. 파운드리가 먼저 잘 돼야 팹리스가 클 수 있습니다."
안 상무는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언급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 1위로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4.3%에 그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2배가량 크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부침이 크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안정적이다.
안 상무는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분야부터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위탁생산인 파운드리와 팹리스로 구분된다.
미국과 대만이 팹리스에서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파운드리 TSMC(대만)가 있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팹리스 상위 5개 업체 순위(매출기준)는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애플 순이며 이 중 미디어텍만 대만 업체이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 업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50위 업체에 1곳이 들어갈 정도다.
안 상무는 "일단 미국이 팹리스에 강한 것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들을 처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자국에 공장을 갖지 않는다는 산업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파운드리는 대만에 두고 전략적으로 키웠다. '미국 설계, 대만 생산' 체제를 구축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팹리스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도 TSMC를 지목했다. 팹리스 제품 생산이 파운드리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가까운 곳에 파운드리 산업이 갖춰져 있어야 성장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안 상무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는 제조 기술 연관성이 크다. TSMC가 글로벌 시장 물량 50%을 확보했을 만큼 강자지만 기술력은 우리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우선 파운드리로 TSMC를 뛰어 넘은 다음, 팹리스를 육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