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日 참의원 중간선거 분기점,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더 강해질 수도"
"다만 수출규제 외에 다른 경제 보복 현실화 가능성은 적어…명분 없다"
"국내 금융시장서 日 자본 차지하는 비중 적어…시장 영향 제한적"
"일본 기업에 대한 직접적 피해 나타날 경우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있어"
[편집자]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경제보복'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분도 있지만, 냉철하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스핌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법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이번 무역분쟁이 원만히 해결된다 해도 한국과 일본, 양국 간 근본적인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사진=이민환 교수 제공] |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8일 일본 현지에서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일 무역분쟁과 관련해 의견을 보내왔다. 이 교수는 "일본 내부에는 한국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며 실타래처럼 얽힌 한일 관계가 빠른 시일내 정상화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교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통'이다. 현재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 소재한 고배 대학에 교환교수로 체류하며,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보내왔다.
이 교수는 오는 21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중간선거를 '분기점'으로 봤다.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아베 정권의 대(對)한국 무역규제 등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명분'을 중시하는 일본의 특성상 세간에서 회자되는 비자발급 심사 강화, 국내 투자금 회수, 송금 제재 등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대외적 명분이 미약한 탓에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하는 것을 아베 정권도 원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넘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이민환 교수와의 일문일답.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검토한 결과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 반도체웨이퍼 등 생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중간재보다 필수적인 원자재로 품목을 한정한 것을 보면 일본이 주장하는 '북한관련 무기로의 전용가능성에 대한 규제'라는 명분이 보인다. 한국 피해가 크면서 일본 국내에는 직접적 영향이 적다고 판단되는 소재산업을 들어나온 것이다.
-반도체를 시작으로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는가.
▲21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중간선거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일본 참의원 선거의 이슈는 한일 무역마찰이 아닌 소비세 10% 인상, 연금수급 등에 대한 불안이다. 따라서 집권여당이 선거에 패하면 국내 정치경제 문제에 몰두해야 할 수밖에 없어 한일관계는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승리할 경우 아베정권은 국내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한국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설 수 있다. 현재 일본 내부에는 종군 위안부 문제 등 최종타결된 사항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있다. 따라서 이번 무역분쟁이 원만히 해결된다해도 양국간의 근본적 신뢰 회복이 없는 한 언제든 이러한 문제가 재발할 소지가 크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칙에 정합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위반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가 검토하는 WTO 제소는 실효성이 있는가.
▲우리는 수출입물량 제한이 자유무역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은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만큼 예외조항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핵심은 WTO에 대한 제소 결과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반도체 수출규제로 한국 반도체 기업 외에 일본 기업들의 직간접적 피해는 없는지.
▲최근 일본 내에서 반도채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 공장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경우 한국에서 충분히 생산설비를 갖추면 오히려 일본 소재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다. 특히 무엇보다 한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경우 이를 이용하는 일본 전자업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돼 불황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일본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점도 이번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일본정부가 이번 규제에 내세우는 것은 안보상의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다. 속으로는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한국이 타격을 받을 만한 반도체 산업을 제재했지만 표면상으로는 북한에 대한 소재수출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의 전통이 남은 국가다. 명분을 중시하는 만큼 세간에서 거론되는 비자발급 심사 강화, 투자금 회수 등의 추가적 조치는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땅한 대외적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가 규제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보나.
▲비자발급 등의 문제는 안보상의 이유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 따라서 이를 시행할 경우 일본은 지금까지 자신이 주장해온 내용과 모순된 주장을 하게 된다. 즉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새로운 명분을 찾아야 하는데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의 경우 송금규제, 국내 기관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등이 거론된다. 현실화될 경우 어떤 파장 예상되나.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만 실제 이뤄진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금융의 경우 한국에 대한 투자금, 대출금 회수 등이 이뤄질 수 있는데 현재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및 기업의 대응이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자본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아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일 무역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은 없나.
▲이번 규제의 핵심은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줘 한국에 대한 강한 자세를 보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생각과 달리 일본 내부에서도 효과를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일본 기업에 대한 직접적 피해 등이 가시화될 경우 의외로 물밑접촉 등을 통해 서로의 명분을 세우며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양국이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뢰가 없으면 언제든지 이러한 일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 약력
-1999년 일본 교토대 경제학 박사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현)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