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에 친기업 성향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이하 신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압승했다고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그리스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신민당은 39.8%를 득표해 300석의 의석 중 159석을 확보,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하게 됐다. 친기업 성향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 역시 자동적으로 차기 총리직을 예약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당은 31.6%의 득표율에 그쳐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그리스는 당초 10월께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시리자가 참패하자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총리직에 오른 뒤에는 유로존 탈퇴 등 그리스 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 공약을 뒤집고 채권단의 강화된 긴축안을 수용해 국민의 반발을 샀다.
그가 그리스 구제금융 체제를 끝내고 27년 동안 나라 이름으로 분쟁을 겪던 북마케도니아와의 갈등도 해소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자국에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 "국민들의 평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그리스를 오늘날의 상황까지 진전시키기 위해 우리(시리자당)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고, 여기에는 엄중한 정치적 대가가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에 오를 예정인 미초타키스 대표는 세금 인하와 관료주의 축소, 친기업 분위기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그리스 경제 성장률도 4%로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리스를 변화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 의식을 느낀다면서, 세금 인하와 임금 인상, 투자 장려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WSJ는 그리스 경제 규모가 금유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과 비교했을 때 24%나 적은 상태로, 당시 수준을 회복하려면 2033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로존 정부와 엄격한 재정 목표에 합의했던 만큼 이들과의 재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