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순 포천 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 "정부 수매에 소농·고령농 소외"
[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올해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밭떼기 거래가 중단되는 등 가격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양파 수매를 둘러싸고 지역 농업인과 포천농협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포천오일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양파 [사진=양상현 기자] |
이대순 포천시 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4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접경지역 친환경농산물 군급식 지원 사업에 대해 포천농협이 협조는 커녕 전남 무안에서 양파를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3일전 포천시 영북면 일대의 양파재배농가를 포천시 친환경농업과 담당자 및 포천농협, 영중농협, 가산농협 관계자 등과 함께 현장실사를 했다"면서 "포천농협은 이 재배농가와 무려 44t에 달하는 양파 수매계약을 맺었지만, 이 농가의 실제 생산량은 20t에 불과하며, 나머지 24t은 무안 등에서 수매해 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농식품부의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3개년 추진계획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수매해야 하는데, 포천농협이 타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최근 가격폭락으로 무안 등에서 구매해 와 납품하고 있다"며 "이것은 로컬푸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광열 포천농협장은 "가격이 폭락한 양파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연계계약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또 양파 산지는 무안이 아니라 신안"이라고 해명했다.
이대순 회장은 “농협과 계약을 한 농가 위주로 수매 등 정부와 농협이 시책의 우선권을 주고 있어 무엇보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소농과 고령농들이 정부 대책에서 소외돼 있다”며 “이들은 물량을 수확도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령과 소농이 다수인 개별 농가들은 창고에 저장할 조건도, 시장에 출하할 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시에 물량이 몰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양파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가락시장 시세로 보면 평(3.3㎡)당 3000~4000원 손에 쥐기 힘들다. 보통 생산비가 6500원에서 7000원 들어가니 출하하면 생산비의 절반도 받기 힘들다”며 “양파값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농가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도 못한 채 지켜만 보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찔끔찔끔 내놓는 시장격리 등의 단순한 수급조절 대책만으로는 가격 지지가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겨울 배추·무·대파에 이어 최근 양파·마늘까지, 이제 농산물 가격 폭락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해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주기적인 농산물 가격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