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무역협상이 재개된다고 하지만 그다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무역전의 종전을 기다리기 보다는 기술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고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3일 끝난 중국 다롄(大連) 하계 다보스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들이다. 며칠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전쟁을 그치고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담판을 봤지만 향후 협상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단 중국 사회는 미·중 두 정상의 협상 재개 담판에 대해 '중국은 물론 미국 기업과 소비자, 세계 각국 모두에 두루 이로운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적인 공세에 한숨돌렸다는 게 베이징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워싱턴의 기류는 이와 반대다.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잘라야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전략 등 다른 속셈 때문에 칼을 그냥 슬그머니 갑속에 집어넣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워싱턴이 너무 양보 했다’머 트럼프를 직접 겨냥했다.
어쨌든 미중은 다시 2라운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문제는 5월 9일 협상 결렬때와 비교해 볼때 상황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양측은 지난 5월까지 11차례 무역협상을 가졌으나 핵심 쟁점에 대해 한치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합의 후 기존 부과 관세 유지와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규모 적시, 합의문에 중국의 법률개정 목록 명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중국측은 '굴욕적 협상이고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양국이 이번 정상 회동에서도 공평한 무역거래에 대해 현격한 견해차이를 나타냈다"며 "이것이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어도 협상 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협상재개 소식에 반짝 상승했던 증시가 다시 위축됐듯 실제로 협상 앞날에 대한 기대감도 빠르게 식고 있다.
중국 관영연론들은 지난 두달 가까이 펼쳐진 무역전쟁때 처럼 다시 앞다퉈 결사항전을 고취시키는 논평들을 내놓고 있다.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일정 대가를 각오하고 전쟁을 불사한다는 정신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상황이 다시 5월 협상 결렬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중국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거나, 만약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무역 대화는 제자리 걸음을 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나 중국은 불가측성의 트럼프 성향과 각기 견해가 다른 미국 행정부에 대해 불신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가도와 정치적 입지의 유불리에 따라 또다시 무역협상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꿀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 주재 한 중국 기업인은 2일 기자와 점심을 하던중 무역협상에 가로놓인 최대 장애물이 ‘트럼프 리스크’라고 말했다. 이 기업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부인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며 중국은 트럼프의 말을 점점 신뢰하기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결렬될지, 언제쯤 합의에 이를지 미중 양국간 무역협상 결과는 현재로선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강력한 국민적 지지하에 결사항전의 강대강 총력전으로 무역전쟁에 임해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 저지와 무역협상 재개라는 나름 성과를 거둔 것도 그 덕분이다.
무역전쟁 통에 우리 대형 IT 기술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한국 경제가 전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이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까지 사방으로 부터 ‘공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험을 빌려 국민과 기업이 힘을 합치고 정부가 과단성있는 외교력을 발휘한다면 돌파구 마련이 마냥 어려운 일만도 아닐 것이다.
chk@newspim.com